[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임지훈]<25> 가격 경쟁 벗어나 신뢰와 생태계로 성공한 `스타일리스트픽`

‘스타일리스트픽(Stylistpick)’은 고객 신뢰도를 바탕으로 현직 디자이너가 만든 여성 의류를 판매하는 영국의 온라인쇼핑몰이다. 업계를 대표하는 유명 디자이너가 검증한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인기가 높아지자 현재는 회사가 직접 디자이너를 발굴해 제품을 판매한다. 신뢰도가 높아 스타일리스트픽이 선택한 디자이너 제품은 인기가 높다. 제품은 ‘유니크’를 지향하며 합리적 가격에 독특함을 찾는 패션 피플이 주 고객이다. 2010년 창업해 두 번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스타일리스트픽. <홈페이지 자료>
스타일리스트픽. <홈페이지 자료>

-정진욱(글로벌뉴스부 기자)=스타일리스트픽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임지훈(케이큐브벤처스 대표)=서비스 초기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였다. 영국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와 제휴해 한 달에 한 번씩 추천메일을 보냈다. 쉽게 설명하면 ‘톱 디자이너가 추천한 이달의 상품’이다. 회사는 인지도와 전문성을 겸비한 디자이너를 섭외하고 제품은 디자이너가 검증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추천한다. 모든 제품 가격은 균일하게 맞췄다. 좀 더 자세히 하자면 ‘80달러 균일가로 만나는 이달의 톱디자이너 추천 상품’이다.

업계 최고 전문가 추천 상품을 파는 쇼핑몰이란 접근으로 화제를 모은 후에서 신진 디자이너 발굴해 판매 브랜드를 늘렸다. 현재는 소비자에겐 새로운 감각을 지닌 디자이너의 옷을 만날 수 있는 쇼핑몰, 신진 디자이너에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내고 싶은 ‘워너비’ 채널로 부상했다. 유망 디자이너를 발굴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었다.

-정진욱=스타일리스트픽을 추천하는 이유는.

▲임지훈=상거래는 크게 ‘가격’과 ‘제품’으로 경쟁 포인트가 나뉜다. 우리나라는 가격 경쟁 일변도다. 국내 쇼핑몰에는 유니크한 제품이 없다. 가격으로 경쟁하면 스타트업이 끼어들 틈이 없다. 자본을 앞세운 마케팅 싸움이다. 키워드를 제품으로 잡으면 다르다. 독특함을 무기로 얼마든지 의미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 요새 관심 있는 ‘권력의 분권화’를 잘 보여주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하나의 스타가 산업을 장악했다면 이제는 빅스타 밑에 성격이 다른 작은 스타들이 영향력을 갖는다. 전자상거래로 설명하면 개별 판매자의 인지도 제고 없이 군림하는 지마켓이나 11번가는 권력의 분권화와 상관없다. 스타일리스트픽은 신진 디자이너를 만들어 이들을 스타로 키운다. 유망 다자이너가 모인 사이트로 회사도 명성을 얻지만 개별 디자이너도 스타일리스트픽에서 스타가 된다. 이런 점에서 권력의 분권화 모델이다.

-정진욱=스타일리스트픽의 비즈니스모델은.

▲임지훈=개별 브랜드에게 수수료를 받는 오픈마켓 모델은 아니다. 직접 발굴한 디자이너에게 제품을 구입해 마진을 붙여 판매한다. 이 마진이 수익이다.

-정진욱=초기 유명 디자이너를 섭외해 유명세를 탔다. 현재는 이런 인물이 없다. 이유는.

▲임지훈=유명 디자이너가 초기 서비스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그 존재가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특정 인물 하나에 서비스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디자이너가 창업자라면 모를까 제휴관계라면 언제든 이탈 가능성이 있다. 회사 입장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려면 이런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스타일리스트픽은 초기 유명 디자이너 이름을 빌려 정착한 후 빠르게 디자이너 수를 늘렸다. 고객의 관심을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으로 분산시켰고 이 전략은 특정 개인보다 사이트 자체를 브랜드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고객의 인식 속에 멋진 ‘디자이너가 많은 서비스’로 자리 잡으며 특정인 의존도를 줄였다. 지금은 회사가 온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인기 디자이너 하나가 떠나도 문제가 없다. 스타를 꿈꾸는 많은 유망 디자이너가 알아서 스타일리스트픽 문을 두드린다. 재능 있는 무명을 스타로 키워 배출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었다.

-정진욱=초기에 보내던 추천 메일도 지금은 보내지 않는다. 이유는.

▲임지훈=따로 메일을 보내 알리지 않아도 될 정로로 인지도와 신뢰도를 가졌다. 특정 상품을 메일로 추천하지 않는 것도 사이트에 입점한 모든 브랜드가 그 자체로 스타일리스트픽의 추천이란 인식을 고객과 공유했기 때문이다. 몇몇 킬러 상품이 아닌 입점한 모든 상품이 추천이라는 자신감이다.

-정진욱=유명 디자이너를 이용한 접근법이 국내에서도 유효할까.

▲임지훈=물론이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등 각 분야 전문가 역량에 기댄 케이블TV 프로가 인기다. 이 프로에 나오는 셰프가 추천하는 식재료를 세트로 판다고 생각해 보자. 충분히 사업성 있다. 의류 분야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개성을 원하는 이들에게 높은 인지도와 전문성 가진 전문가 추천은 유효하다.

-정진욱=국내에는 연예인 의류쇼핑몰도 많다. 연예인도 나름 패션 리더다. 이들과의 차이점은.

▲임지훈=강호동 국밥이라고 해서 강호동이 국밥을 만들지 않는다. 연예인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역할은 예쁜 모델 정도다. 실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추천하지 않는다. 파는 물건 역시 특색 있는 디자이너 제품보다는 시장에서 싸게 떼다 파는 제품이다. 이런 제품으로는 연예인이 자기 이름을 걸고 추천하기도 힘들다. 소비자를 움직이는 힘은 유명 디자이너의 믿을 수 있는 추천과 그에 걸맞은 독특하고 품질 높은 상품이다.

-정진욱=온라인 쇼핑몰이라면 기본적으로 값이 싸야 한다. 독특한 제품을 싸게 공급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임지훈=그래서 가격이 아닌 제품으로 경쟁하자는 말이다. 저가 경쟁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물건을 팔기 때문이다. 스타일리스트픽은 합리적 가격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패션 피플을 공략한다. 일반 브랜드보다는 싸지만 그렇다고 지마켓 의류처럼 염가일 필요도 없다. 신진 디자이너 입장에선 이익보다 자신의 브랜드 론칭과 인지도 제고가 우선이다. 충분히 서로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정진욱=스타일리스트픽 모델로 창업을 준비하는 팀에게 조언을 한다면.

▲임지훈=지마켓 같은 서비스를 노리면 안 된다. 대중성을 얻기 위해 개성을 포기하는 순간 경쟁력을 잃는다. 스타일리스트픽 접근법을 추천한다. 초기에 유명 디자이너와 제휴한다. 단 이들을 확실히 잡아둬야 한다. 지분으로 묶든, 계약으로 묶든 확실하게 통제한다. 이후에는 유망 디자이너를 발굴하며 특정인 의존도를 줄이며 성장한다. 추천으로 시작해 커머스로 빠르게 진화하는 게 중요하다.

-정진욱=스타일리스트픽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임지훈=해외 진출은 답이 아니다. 영국 유명 디자이너는 미국에선 먹히지 않는다. 독특함을 잃지 않는 선에서 제품 카테고리를 넓힌다. 장기적으로 인수 가능성도 있다. 독특한 정체성의 쇼핑몰이라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에겐 매력 있다.

-정진욱=스타일리스트픽 시사점은.

▲임지훈=스타트업이라고 공돌이만 있으면 안 된다. 유명 인사를 엮는 작업은 오프라인 영역이다. 오프라인에도 관심을 갖자.

-정진욱=이번 회를 끝으로 당분간 시리즈를 떠난다. 간단한 소회를 말한다면.

▲임지훈=그동안 소개한 회사 모두 아이디어가 핵심은 아니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걸 발로 뛰어 이룬 기업이다. ‘미국에서 되는 아이디어니 국내에서도 된다’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장에서 발로 점검하며 현실감을 키워야한다. 나를 대신해 케이큐브의 다른 사람이 이 코너를 맡는다. 케이큐브의 다양한 시각을 새로운 전문가를 통해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많은 기대 부탁한다.

임지훈 대표가 평가한 스타일리스트픽

스타일리스트픽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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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임지훈]<25> 가격 경쟁 벗어나 신뢰와 생태계로 성공한 `스타일리스트픽`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