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젠…올해도 스마트폰 시장 진출 실패

신종균 사장 "아직 출시 일러…더 성숙해야"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모바일 운용체계(OS) ‘타이젠 프로젝트’가 스마트폰 시장 진출에 3년째 실패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양분한 스마트폰 OS 시장의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 타이젠이 좀처럼 스마트폰에 탑재되지 못하면서 ‘제3의 OS’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타이젠…올해도 스마트폰 시장 진출 실패

24일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 개막을 앞두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 여부에 “아직 이르고, 좀 더 성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올해 출시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관련기사 6면〉

안드로이드와 iOS의 대항마 격인 타이젠이 모바일 OS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건 지난해 이맘때 열린 MWC 2013에서다. 2011년 9월 리눅스재단이 삼성전자와 인텔의 지원을 업고 구글과 애플에 맞서 야심차게 타이젠의 시작을 알린 지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이다. 당시 타이젠협회는 “일본, 프랑스를 대상으로 연내(2013년)에 삼성전자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3년은 물론이고 올해까지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구글·애플의 대항마로 자리 잡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타이젠 스마트폰을 일본 시장에 내놓으려다 무기한 연기한 바 있는 일본 NTT도코모 소속의 스기무라 료이치 타이젠연합 의장 역시 24일 기자와 만나 “아이폰이 점령한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타이젠이 파고들 틈이 없다”고 털어놨다.

MWC 2014에서 공개될 타이젠 스마트폰이 있기는 하다. 중국 ZTE의 제품이 유일하다. 하지만 상용 제품이 아닌 테스트용이다. 이처럼 타이젠 스마트폰 출시가 미뤄지는 이유는 마치 ‘공유지의 비극’과도 같다. 최종덕 삼성전자 부사장이 “기술은 이미 완성됐다”고 할 정도로 관련 기술개발은 완성단계에 이르렀지만 주인 없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타이젠을 성공시키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강한 드라이브를 걸 기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미 각 제조사·이통사별로 특화한 안드로이드와 달리 타이젠 스마트폰을 내놓으려면 원점에서부터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신업체 한 관계자는 “이미 안드로이드와 iOS로 양분된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타이젠이 자리 잡으려면 제조사의 단말기 투자와 통신사의 초기 지원이 필수인데,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서 이를 수행하겠다고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포화 상태를 맞고 있어 제조사들이 집중력을 타이젠에까지 분산하기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종균 사장과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모두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종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보다 시장 점유율 확대가 당장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대신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인 ‘삼성 기어2’에 타이젠을 탑재해 내놓았다. 안드로이드·iOS의 지배력이 취약한 주변기기에서 타이젠의 영역을 확보해 나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은 “타이젠을 주로 스마트폰 OS 중 하나로만 바라보는데, 시각을 달리하면 타이젠은 다양한 기기에 적용 가능한 ‘크로스 디바이스 플랫폼’으로 최적화된 OS일 수 있다”며 “기어2를 출시해 생태계를 넓혀 가면서 가능성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기무라 의장도 “삼성전자의 카메라·기어2뿐 아니라 대학에서 연구용 로봇의 OS로 채택하는 등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스마트 생태계 정점에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하지 않고는 타이젠이 제대로 된 입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013년 세계 스마트폰 OS시장 점유율


자료:SA

타이젠…올해도 스마트폰 시장 진출 실패


특별취재팀 바르셀로나(스페인)=김시소·이형수·황태호기자 siso@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서울=권건호·정미나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