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업계 MBC 주최 공모전에 집단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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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국산 애니메이션 활성화라는 명분을 걸고 여는 공모전에 오히려 관련 업계가 부당한 조건이라며 집단 반발했다. 애니메이션의 실질적 수익원인 2차 저작권을 모두 MBC가 가진다는 조항을 출품 계약에 넣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업계 MBC 주최 공모전에 집단 반발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과 MBC는 지난달 17일 ‘애니 프렌드 2014’ 공모요강을 발표했다. 이 안에는 SBA의 기술료 징수 외에 MBC가 수익배분은 물론이고 사업대행권을 독점한다는 투자계약 조건을 달았다.

사업대행권 항목은 구체적으로 모든 지식재산권의 해외유통, TV 방송권, 부가판권 등 모든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라고 적시했다.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대목은 바로 MBC의 사업대행권 행사다. 지난해에도 선정작 지원계약 체결과 동시에 MBC와 국내외 유통 및 사업대행계약 체결 조건이 있었지만 올해처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역시 이 조건을 둘러싸고 업체와 주관사 사이에 갈등을 빚었다. 사업대행계약 조건에 반발해 선정을 포기한 사례도 나왔다.

더욱이 MBC가 지원하는 4억5000만원은 현재 애니메이션 제작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어서 횡포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극장용 뽀로로가 90억원, 올모스트 히어로즈 120억원, 넛잡 450억원 등이 제작비로 소요됐다.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통상 방송 및 극장 애니메이션 수익 대부분이 캐릭터와 IPTV 등에 부가판권 판매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MBC가 독점한다는 말은 공모전을 빌미로 중소·영세 업체의 호주머니를 강탈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MBC가 해외 판매와 캐릭터·완구 등의 판매를 도맡는 조항도 반발이 크다. CJ나 롯데, NEW 등 전문 애니메이션 배급사와 달리 MBC는 유통 경험이 거의 없다. 다른 전문 배급사의 제작 참여조차 원천 봉쇄한다. 사업대행권을 독점하면 전문 제작사의 참여를 막아 작품에 선정되고도 투자를 받을 길이 막막해진다. 나머지 제작비와 마케팅비는 전부 제작사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최정원 MBC 정책홍보부장은 “공모전의 취지는 영세하지만 능력 있는 제작사 발굴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우리가 해외 유통망을 도와준다는 뜻”이라며 “지난해 선정된 업체에도 돈을 벌 수 있도록 출판, 캐릭터 사업을 줬다”고 강조했다.

MBC가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에 그동안 미온적인 자세를 취한 것도 업계의 불신이 싹튼 또 다른 이유다. MBC는 최근 몇 년 간 애니메이션 의무방송 비율을 지키지 않아 업계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그간 시청률과 광고를 핑계로 방송조차 꺼려왔던 방송사가 느닷없이 공모전을 주최해 사업대행권을 갖겠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는 공식적으로 방송사가 사업대행권을 갖는다는 조건을 내걸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혜경 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국장은 “공모요강에 원칙적으로 방송사가 사업대행 권리를 소유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이 들어가면 잘못된 관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상영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비와 MBC 제작지원비>

최근 상영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비와 MBC 제작지원비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