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도 `통신사 영업정지`로 처벌 가닥…사상 초유의 2개월 영업정지 우려

방통위도 `통신사 영업정지`로 처벌 가닥…사상 초유의 2개월 영업정지 우려

미래창조과학부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도 불법 보조금을 살포한 이동통신사에 영업정지 처분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두 부처가 강도 높은 처벌을 강행할 경우 최장 2개월에 이르는 사상 초유의 영업정지 사태가 빚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고강도 처벌 카드에 통신사·제조사·유통가가 바짝 긴장한 가운데 처벌 수위에 따른 시나리오 대응방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두 부처가 비슷한 사안에 비슷한 규제 잣대를 들이대면서 이중규제 논란과 소비자 피해 우려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5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방통위는 이통사 불법 보조금 처벌 방안으로 과징금보다 장기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방통위원들이 처벌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징금보다는 영업정지를 놓고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전체 위원회 안건으로 영업정지와 과징금 두 가지 방안을 올려놓은 상태다. 기존 관례에 비추어 볼 때 영업정지가 내려지면 최소 1주 동안 신규가입과 번호이동이 금지된다. 이 기간 동안 기기변경은 가능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최종 결정은 위원회에서 내려지기 때문에 결과를 가늠할 수 없다”며 “영업정지가 내려진다면 미래부 제재 기간과 겹치지 않게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가 통신사별로 최장 45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검토 중인 가운데 방통위도 일주일 이상의 영업정지를 확정하게 되면 두 달 가까이 휴대폰 판매가 힘들어진다.

사상 초유의 휴대폰 시장 빙하기가 예고되면서 통신사와 제조사는 정부 규제가 몰고 올 부작용에 우려를 나타냈다. 당장 두 부처의 처벌이 이중규제라며 반발할 기세다. 미래부는 ‘시정조치 불이행’, 방통위는 ‘소비자 차별’을 각각 처벌 근거로 뒀지만 사실상 연말부터 이어진 ‘보조금 과열 경쟁’이라는 동일한 사안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이중규제 논란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 대학교수는 “단통법 시행이 어려워지면서 정부가 혼탁한 시장을 정화할 강력한 수단을 꺼내 든 것”이라며 “좀처럼 잡히지 않는 시장질서를 두고 통신사와 정부가 힘으로 대결하는 양상까지 보인다”고 말했다.

‘보조금 과열-처벌’이라는 악순환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소비자 기회를 박탈하고 후발 제조사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 선택권 제한을 가져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팬택 등 내수 시장 위주 스마트폰 회사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래부 제재만으로 두 달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200만대 이상 판매고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이 때문에 정부 당국에 영업정지 기간에도 기기변경은 허용해달라고 청원했다. 미래부는 처벌수위 강화 차원에서 기기변경까지 금지하는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기기변경까지 막는다면 약정이 끝난 소비자가 새 휴대폰을 구매할 방법이 없어 소비자 피해도 막심하다”고 말했다. 약정이 종료되는 사용자는 한 달에 약 1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영업정지를 앞두고 통신업계에서는 계열사의 알뜰폰 영업을 놓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KT, LG유플러스 등은 SK텔레콤이 자회사 SK텔링크를 통해 우회적으로 가입자를 늘릴 수 있다며 우려했다. SK텔레콤이 80% 이상 지분을 가진 SK텔링크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경쟁사 한 관계자는 “제재안이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우회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통신사 조건이 다 똑같지 않은 만큼 알뜰폰 사업을 하는 계열사까지 규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영업정지 조치는 방통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이통 3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없는 SK텔링크를 포함시키자는 것은 초법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니 실제 규제까지 시간을 두더라도 좀 더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통과 불발 이후 본보기 차원에서 시장규제가 일시적으로 대폭 강화되고 있다”며 “현재 가능한 규제로는 후방 산업 타격과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해 시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