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딜레마`, 월가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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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로메티 최고경영자(CEO) 부임 이후 지난 2년 간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IBM에 미국 뉴욕 월가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17일 포천이 밝혔다.

월가의 가장 큰 우려는 높은 목표치의 주당수익율(EPS)에 비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IBM의 순익 때문이다.

IBM의 `딜레마`, 월가도 우려

로메티 CEO가 주주들에게 약속한 내년도 EPS는 주당 20달러. 지난 2002년 이 회사의 EPS가 1.81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액수다.

반면 지난해 IBM의 주가는 13%나 하락했다. 문제는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19% 상승했고, S&P500에 속해있는 기업 대부분이 IBM의 고객사임에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의 파이낸스 전문가들이 꼽는 IBM의 또 다른 딜레마는 지나친 자사주매입(바이백)이다. 2007년 이후 IBM은 바이백에만 604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그 때마다 시장은 IBM의 자신감에 환호했지만, 속으로는 골병을 들게 만들었다.

과도한 자사주매입은 발행주식의 감소를 가져와, 20년 전만해도 해마다 분기당 25억주였던 발행주식은 지난해 3분기 현재 11억주로 반토막 났다. IBM의 지나친 자사주매입은 곧 이 회사의 재무적 약점을 대변한다.

월가는 또 로메티 CEO의 ‘클라우드’ 강공 드라이브가 IBM의 전통 핵심 사업부문인 IT와 소프트웨어(SW) 비즈니스에서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시장 잠식)’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와튼연구소의 인공지능 분석이나 컨설팅 사업과 달리, 클라우드 사업은 여전히 저사양 IT 및 SW부문과 일부 고객군이 겹친다.

이 밖에 지난해 IBM이 미 국가정보국(NSA)의 이른바 ‘사이버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스노든의 폭로 이후 비미주권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매출 감소세를 우려했다. 실제로 IBM은 최대 글로벌시장인 중국에서 지난해 22%라는 유례없는 매출 격감을 기록한 바 있다.

IBM 발행주 추이(단위: 억주)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