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30>잘하기 위해 하는 일이 본질을 훼손한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음악서비스’를 한다고 말하고선 정작 내용을 들어보면 ‘실리콘 광산 사업’을 하려는 스타트업들을 종종 만난다. 시작과 결론의 차이가 너무 커 물어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음악서비스를 잘하기 위해 MP3플레이어를 직접 제조해야 했고, MP3플레이어를 잘 만들기 위해 반도체 산업을 개혁해야 했다. 반도체를 잘 생산하기 위해 고민했더니 실리콘 광산도 직접 개발해야 했다. 산업 한두 개 정도 개혁하는 것은 덤으로 할 수 있는 ‘만만한’ 일이었다.

내 사업을 잘하기 위해 음악, 반도체, 광산산업이 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하기 바란다. 산업 전체를 바꾸려고 씨름하지 말라는 얘기다. 기존 산업 환경 속에서 자신이 원래 하고자 했던 음악서비스에 한정한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잘하기 위한 노력이 빗나가는 사례가 종종 있다.

팬시용품 쇼핑몰 사업을 기획한다. 팬시용품을 잘 팔기 위해서는 많은 회원이 필요하다. 회원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블로그와 팬시정보 사이트를 개설해 팬시용품 사진과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한다. 재미가 있으면 자주 방문할 것으로 생각해 팬시용품을 활용한 캐주얼 게임도 운영할 계획이다.

A기능을 잘하기 위해 B기능과 C기능을 추가한다고 해서 A가 잘되거나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B가 필요한 사람은 B가 주력인 제품을 쓸 것이고, C도 마찬가지다. A가 주력이면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려면 A의 본질에 집중하고 혁신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정작 잘하기 위해 너무 많이 생각하면 길을 벗어나 본질을 훼손한다. ‘본질’을 잘하기 위해 도입한 ‘수단’이 일차적 목표가 되고 본질이 이차적 목표가 되는 순간, 배는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많은 회원을 확보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지 말라. 팬시용품을 사려는 사람들은 예쁘고 싼 팬시용품을 잘 검색하고 구매하는 것을 원한다. 이것이 본질이다. 회원이 느는 것은 결과다. 본질을 충족한 고객들로 회원이 늘어나야 한다. 본질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성장 자체가 목표가 되면 안 된다.

회원이 많으면 사업이 잘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하면 사업이 잘되고 결과적으로 회원이 많아진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