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VSB 품은 삼성·LG 스마트TV, 셋톱박스 기반 유료방송과 경쟁 기반 조성

삼성전자·LG전자의 스마트TV가 케이블TV 8VSB(8레벨 잔류 측파대) 허용으로 어부지리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TV 확산을 위해 콘텐츠 강화에 나선 두 회사에게는 자체 운용체계(OS)로 구현할 수 있는 채널과 콘텐츠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셋톱박스 없는 다채널 스마트TV’를 무기로 기존 셋톱박스 기반 유료방송과의 OS 경쟁도 주목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케이블TV의 8VSB 전송을 허용하면서, 이르면 6월부터 858만명(1월 기준)의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들도 셋톱박스 없이 다양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채널들을 디지털로 볼 수 있다. TV 제조사를 염두에 둔 정책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스마트TV 핵심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나게 된다.

8VSB 품은 삼성·LG 스마트TV, 셋톱박스 기반 유료방송과 경쟁 기반 조성

스마트TV가 제공하는 편성표, 개인영상녹화(PVR), 프로그램 추천 등 OS 자체 기능들은 8VSB 채널이 담고 있는 데이터에 기반한다. 스마트TV를 비롯한 모든 디지털TV는 8VSB 수신 튜너를 탑재하고 있는데 OS 기능들은 이 튜너가 받은 데이터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케이블TV의 지상파 재송신에만 8VSB가 허용되어 지상파 외에는 스마트TV OS 기능들을 쓸 수 없었다. PP 채널들을 별도의 셋톱박스와 ‘외부입력’으로 연결해보거나 채널 데이터가 없는 아날로그 방송 시청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8VSB라는 날개를 단 스마트TV는 유료방송 스마트 셋톱박스와 대등한 OS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은 2012년부터 안드로이드와 HTML5 OS 기반 셋톱박스로 ‘스마트TV 없는 스마트TV’를 내세우며 시장을 넓혀왔다. TV 외부입력으로 셋톱박스를 연결해 유료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많아지면서 스마트TV OS는 무용지물이 됐다. OS에 앱 형태로 유료방송 플랫폼을 담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제휴사 외에는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결국 8VSB 허용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게 된 스마트TV는 ‘쉬운 TV’ OS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제조사들은 우선 관망한다는 자세다. 방송계 현안인 8VSB에 직접 나서기보다 시장 변화를 지켜보며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스마트TV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TV 사용자의 편익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와 함께 초고화질(UHD) 생태계 확대를 위한 대대적인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폭스, 파라마운트 등 해외 영화사들과 제휴해 영화·다큐멘터리 콘텐츠를 수급했고, LG전자는 미국 VOD업체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의 협력을 강화해 디지털 케이블TV를 앱 형태로도 선보이고 있다. 이들 UHD 콘텐츠를 풀HD·HD급의 기존 스마트TV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자사 스마트TV 플랫폼의 콘텐츠 확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TV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며 “콘텐츠가 고객 편익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콘텐츠 수용방식에 우위에 선 스마트TV의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8VSB란=8레벨 잔류 측파대(8-VSB, 8-level vestigial sideband) 전송은 디지털 신호를 송출하는 방식이다. 1개 채널당 6㎒ 대역폭을 사용해 아날로그 케이블TV에도 고화질(HD)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가 디지털 지상파 채널을 6-1, 7-1, 9-1의 번호로 볼 수 있는 이유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