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뒷이야기]신용 잃으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

○…‘소설’ ‘사실무근’ 발언 남발…세계 언론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소설을 쓴다’ ‘사실무근이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나오냐’ 최근 삼성전자 경영진들이 기자들과 만나서 하는 쓴소리입니다. 가끔씩 터무니없는 루머성 기사로 마음 고생하는 심정은 이해합니다. 사실 요건도 갖추지 못한 내용으로 무책임하게 기사 쓰는 일부 언론도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불편한 내용을 다룬다고 싸잡아 언론을 깎아 내리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네요. 최근 주력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전자 경영진의 자신감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사이에서 벌어진 갤럭시S5 조기 출시 갈등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 언론에서 주목하는 기업입니다. 대표이사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신중해질 필요가 있죠. 대표이사가 공식 발언한 내용이 하루도 안돼 뒤집히는 상황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신 기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요.

○…신용 잃으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

한 때 국내에서 손꼽히는 휴대폰 부품회사였던 A사. 기술력 하나로 고속 성장의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졸지에 몇 년째 영업 손실을 내는 회사로 전락했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그리며 몇 차례 재기를 노려봤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A사가 몰락하게 된 것은 고객으로부터 신용을 잃었기 때문이라는데요. A사의 부품이 중국 휴대폰에 사용된 정황이 적발된 것입니다. A사는 B급 제품이 유출된 것이라며 항변했지만 고객은 들어주지 않았지요. 의도적이 아니었다고 해도 관리의 책임은 A사에 있을테니 해명도 소용이 없었나 봅니다. 기업에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신용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A사는 눈물겹게 깨달았을 것입니다. A사 사건 이후 중국에 진출한 부품 업체들은 재고 관리와 보안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게 됐는데요. 안타깝지만 부품업계에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LED 시장서 높아가는 ‘정부 울타리’

국내에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판매하기 위해선 의무적으로 KC 안전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국내업체는 물론이고 해외 기업도 마찬가지죠. 최근 국내 한 LED 조명 업체 사장은 KC 안전인증 기준이 너무 자주 바뀐다며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6개월 단위로 업그레이드되다 보니 기준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중소 조명업체로선 연구개발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실제 2009년 대비 LED 조명의 KC 성능 기준은 현재 갑절 이상 높아졌습니다. 정부는 중국산 제품이 대량으로 국내에 유통될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기준을 조금씩 높여 중국산 저급 제품의 유입을 나름 조절해 왔던 것이죠. 보이지 않았던 정부의 울타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쇄국정책’도 길게 가진 못할 것입니다. 벌써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젠 업계 스스로 매출 확대와 수출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위기의 팹리스, 올해가 고비

요즘 팹리스 업체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걱정이 많습니다. 최근 수년간 침체를 겪은데다 올해도 그다지 시장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B사는 올해 무조건 흑자 전환 목표를 세웠지만 불안합니다. 신사업 예상 매출이 시나리오에 따라 수십억원 이상 오르락내리락합니다. B사는 올해 또 적자를 기록하면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입니다. 또 다른 C사도 마이너스 성장에 한숨이 깊습니다. 신기술 개발은 고사하고 R&D 인력을 유지하기도 힘듭니다. C사 사장은 “어렵지만 올해를 잘 버티고 새로운 기회를 노려보겠다”고 말합니다. 사장 말대로 지금 상황은 나쁘지만 기술력만 있다면 다시 좋아지지 않을지 기대합니다. 파이팅입니다.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