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웃고, AP 울고…'한 지붕 두 가족' 삼성의 쌍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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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고공행진을 거듭했지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점유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삼성전자 IM부문이 같은 회사 내에서도 독자 행보를 강화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3일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현재 삼성전자의 세계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이하 판매량 기준)은 4.9%로 전년 동기 10.2%에서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 AP 점유율이 5%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08년 1분기 이후 6년여 만이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되는 시점이었고 다음 분기부터 점유율이 10%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로서는 사실상 역대 최악의 성적이다.

삼성전자 AP 사업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 ‘아이폰’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서며 선전한 데 힘입어 나란히 상승세를 구현했다. 바닥에서 시작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2011년 하반기 20%를 넘어섰다. 삼성 AP 점유율도 2008년 2분기부터 2012년 2분기까지 17분기 연속 10%대 점유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삼성 AP점유율은 2012년 3분기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주춤하더니 지난해 1년 내내 하향 곡선을 그렸다. 삼성전자 AP 주요 수요처인 삼성 스마트폰 점유율이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같은 회사 내 시스템LSI사업부가 개발한 AP 탑재를 줄인 탓이 크다. 삼성전자 IM부문과 AP 사업을 맡는 DS부문은 한 회사임에도 구매자와 판매자 관계로 여겨진다. 갤럭시 시리즈에 삼성 AP가 많이 채택되면 DS부문에 힘이 된다. 반대로 IM부문이 자사 AP를 외면하면 DS부문엔 치명적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삼성 DS부문 직원들이 IM부문을 ‘슈퍼 갑’이라 부르며 비난했다는 얘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LTE폰 확산 과정에서 통합 칩을 먼저 내놓은 퀄컴 AP를 선호했다. 삼성 AP와 퀄컴 LTE 칩을 각각 구매하는 것보다 퀄컴 통합 칩을 적용하는 것이 원가 절감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IM부문이 하나의 독립 회사처럼 독자 행보를 강화하다 보니 같은 회사 조직도 ‘비용’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에 AP 생산을 맡겼던 애플이 단순 위탁생산으로 관계를 재정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나마 위탁생산 물량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실정이다. 이 역시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경쟁 관계 때문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의 ‘한 지붕 두 가족’ 사업 구조가 시너지를 내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상존한다.

자연스레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삼성전자 IM사업을 둘러싼 사업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IM부문이 자사 제품을 우선 구매하면 그룹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와 다를 게 없다. 그렇다고 내부 의존도가 높은 다른 사업부를 외면하기엔 전사 차원의 리스크가 크다.

IM부문이 DS부문의 고객이고, DS부문의 외부 고객은 IM부문의 경쟁자인 현재의 사업구조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안팎으로 고객과 경쟁자가 뒤섞인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차원의 여파도 우려된다. 삼성전자 IM부문이 사내에서도 철저히 구매자 관점을 유지하면 외부 협력사에는 두 배, 세 배의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 IM부문이 같은 회사 사업부에도 여유를 두지 않으니 중소 협력사에는 더하지 않겠냐”며 불만을 표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및 AP 시장 점유율(단위:%) / 자료:SA(판매량 기준)>



삼성전자 스마트폰 및 AP 시장 점유율(단위:%) / 자료:SA(판매량 기준)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