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사업보국’ 정신 퇴색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기업가 정신으로 강조했다. 삼성그룹은 홈페이지에서 사업보국을 ‘기업은 인류와 국가에 도움을 주는 사업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로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1938년 설립 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며 우리나라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사업보국’ 정신 퇴색

하지만 현재 삼성은 ‘지금까지의’ 삼성과 다르다는 게 업계 평가다. 삼성이 납부하는 세금이 지나치게 적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제조 기반이 없는 애플이 본사만 미국에 뒀을 뿐 사실상 미국 기업이 아닌 것처럼 삼성전자도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신규 공장이 베트남 등 해외에 집중되면서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협력사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대중소 상생 의지가 갈수록 퇴색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일부 야당 의원은 삼성그룹의 증세를 주장한다. 심상정 의원은 작년 말 “우리나라 법인의 총소득 중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분의 1(18.33%)이지만 내는 세금은 10분의 1(10.86%) 수준에 불과하다”며 증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5만개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의 평균 법인세율은 17.1∼18.6%지만 삼성그룹의 법인세율은 16.2∼16.6%로 중소기업보다 적다”며 “법인세를 2조원 이상 더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세액 공제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5년 동안 부담한 법인세 비용은 7조8000억원이지만 세액 공제 금액이 법인세의 86%인 6조7000억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해외 설비 투자에 집중하면서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도 누구나 수긍하는 지적이다. 강동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의 신규 공장은 대부분 해외에 위치해 거액을 투자해도 국내 경제 효과는 거의 없다”며 “2013년 투자계획 24조원 중 국내 투자는 2조2500억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삼성전자가 2012년 매출 201조원, 당기순이익 24조원을 기록해 10년 전보다 매출은 462%, 당기순이익은 385% 늘었지만 고용 유발 계수는 0.64%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삼성전자의 투자로 베트남 일자리는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베트남 제2 공장 가동을 시작했으며, 오는 5월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도 준공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수 활성화, 일자리 창출 측면 등 국가 경제 기여도에서 의지가 부족한 부분이 아쉽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