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떠난다" 애플 소프트웨어 디자인 전략 변화

애플 IT기기의 ‘미니멀리즘’ 감성을 대표하던 하드웨어 디자인 수장 조나선 아이브 부사장이 소프트웨어 디자인팀까지 맡는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디자인 그룹이 ‘하드웨어’ 디자인 그룹의 우산속으로 들어온 셈이다. 애플 디자인 전략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크리스티 부사장이 이끌던 `휴먼 인터페이스 팀`을 맡게된 조나선 아이브 애플 부사장
크리스티 부사장이 이끌던 `휴먼 인터페이스 팀`을 맡게된 조나선 아이브 애플 부사장

1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에 18년 몸 담아온 그렉 크리스티 부사장이 올 하반기 회사를 떠나고 그가 이끌던 소프트웨어 디자인 그룹 ‘휴먼 인터페이스(Human interface)’ 팀을 아이브 부사장이 총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크리스티는 아이폰 시리즈의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진두지휘해 온 핵심 디자인 임원이다. 기존까지 휴먼 인터페이스 팀은 애플의 소프트웨어 부문 수장인 크레이그 페데리기에 보고했지만 이제 보고라인이 아이브 부사장으로 바뀐다.

주요 외신은 애플의 ‘스타 디자이너’ 아이브 부사장의 역할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넓어지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미 진행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브 부사장은 iOS7 디자인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최신 아이폰과 아이폰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기존의 ‘스큐어모피즘( skeuomorphism)’을 떠나왔다”고 묘사했다.

‘잡스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스큐어모피즘은 나무 느낌이 나는 모양이나 촉감을 생생히 표현하는 등 사물을 실물과 최대한 가깝게 그려내는 디자인 경향을 의미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아이브는 “새로운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iOS7이 ‘중요한 방향타’”라며 디자인 변화를 예고했다. iOS에 나타난 디자인 변화가 이미 커진 아이브 부사장의 영향력을 증명한 셈이다.

앞으로의 방향 전환을 예상하게 한다. 크리스티 부사장의 퇴임을 처음 보도한 나이투파이브맥은 “애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이 혼합되고 있다”며 “엔지니어링 그룹인 페데리기 부사장에게 보고할 때와 달리 아이브 부사장 아래에서 새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브 부사장의 입지가 상당하다며 “팀쿡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애플 임원이며 스티브 잡스의 절친으로서 애플 디자인 감성의 지도자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나인투파이브맥은 크리스티와 아이브 부사장이 소프트웨어 디자인 문제로 종종 충돌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티 부사장은 아이폰 개발 이전 맥 소프트웨어에도 참여했으며 ‘밀어서 잠금해제’부터 ‘터치 스크린’에 이르는 100개 이상의 특허 창안자 이기도 하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특허 침해’를 주장한 5개 안건 중 하나다. 최근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애플 대변인은 “(떠나는) 크리스티 부사장은 애플의 광범위한 제품에 크게 공헌해 왔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휴먼 인터페이스 팀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