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41>용역,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IT분야 스타트업들은 ‘용역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의견이 분분하다. 용역 때문에 본래 하려던 일을 하지 못해 회사가 실패했다면서 용역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용역에 한번 발을 들이면 계속 끌려 들어가 벗어 날 수 없는 개미지옥이라고도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용역을 해야 하는지의 질문은 마치 ‘가장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직장에 나가야 할까’라는 질문과 같다.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로 매출이 없으면 용역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 내가 창업한 회사도 초기 2~3년간은 용역으로 유지했다. 심지어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창업자들은 외부 강의를 하고 받은 강사료를 보태 직원 급여를 지급했다고 한다.

용역을 하되 의미를 잘 알고 하자. 용역의 첫째 목표는 돈이다. 좋은 관계를 맺어두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나, 이번에는 싸게 하고 다음 용역에서 보상한다는 말, 그룹 전체에 뿌린다는 말, 전략적 제휴 같은 이야기에 속아 이번 프로젝트 단가를 맞바꾸지 말라. 스타트업의 비전이 다음 번에 더 높은 가격의 용역을 다시 ‘수주’하는 건가? 혹은 다음번에 더 높은 가격의 용역을 ‘거절’하는 것인가? 6개월 열심히 용역으로 돈을 벌어, 1년 동안 회사의 제품·서비스 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용역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라.

둘째 목표는 경험과 전문성이다. 가능하면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와 연관된 분야의 용역을 하라. 용역 후 소스 코드를 다 줘도 괜찮다. 대기업이 그것만 가지고 우리의 경쟁자가 될 수 있으면 우리에게 용역을 맡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스타트업은 핵심 기술, 아이디어는 있어도 시장 경험이 부족하다. 용역 발주처의 깐깐한 요구와 유지보수 과정을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기능과 성능의 향상을 경험할 수 있다. 직원들도 남의 돈으로 훈련하는 좋은 기회다. 눈도 넓어진다. 중요한 시장의 필요도 발견하기도 한다.

셋째는 용역도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의 한 분야다. 전문성을 가진다면 이 분야의 사업도 대박은 아니지만 지속 가능한 사업분야 가운데 하나다.

용역의 기회를 십분 활용하라. 돈도 벌고, 직원 교육도 시키고, 제품도 개발하고. ‘일타삼피’의 기회가 아닌가?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