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금융업 진출...첫 상륙지는 아일랜드

페이스북이 금융업에 진출한다. 첫 상륙지는 유럽이다. 시총 기준 세계 5대 은행급인 ‘페이스북 뱅크’의 탄생에 런던 금융가가 술렁인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수주일내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정식 금융업 인가를 획득, ‘전자화폐 취급기관’(e-money institution)으로 공식 승인된다.

페이스북이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 게임이나 앱 구매시 페이팔을 통해 주로 이용되는 페이스북 전용 전자화폐.
페이스북이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 게임이나 앱 구매시 페이팔을 통해 주로 이용되는 페이스북 전용 전자화폐.

아일랜드 중앙은행의 인가 절차가 마무리 되면 페이스북은 단일 통화권인 유럽 역내에서 예금 보유와 지급, 송금, 환전 등 지불결제는 물론이고, 자체 전자화폐 발행 등의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페이스북은 ‘패스포팅’(passporting)이라는 EU 역내 금융절차를 거쳐 전 유럽권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현재 페이스북은 트랜스퍼와이지와 머니테크놀러지, 아지모 등 영국 소재 온라인 국제금융결제서비스 업체와 파트너십 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특히 페이스북은 아지모의 공동설립자를 자사 금융사업 개발총괄로 영입하기 위해 1000만 달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월가와 달리, 런던 금융가의 첨단 금융기술 분야는 최근 활황세다. 전세계 금융서비스 업체들이 몰려 있고, 국제 송금환 거래시 EU권 동시간대를 사용하며 미국 대비 금융규제 환경이 유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페이스북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이주노동자의 송금환 거래가 많은 신흥개발도상국이다. 최근 개도국을 상대로 부각중인 이른바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의 새로운 창구가 되겠다는 게 페이스북의 전략이다. 금융포용이란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사회계층이 비용 등 측면에서 큰 부담 없이 금융서비스를 쉽게 활용하도록 하기 위한 과정 또는 시스템을 말한다. 최근 인도에서 페이스북 가입자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 1억명을 돌파한 것에 큰 의미를 두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기업들이 금융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최근 추세다. 중국의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모바일 지불결제 플랫폼을 구축했다. 구글은 이미 영국에서 전자화폐 발행권한을 받아 놓은 상태다.

문제는 신뢰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아일랜드 정부의 요구에 맞춰 35만 유로의 보증금을 담보했다. 향후 전자화폐 발행시 그 금액과 동일한 규모의 펀드 조성도 약속했다.

지난해 페이스북의 전자결제 분야 매출액은 총 21억 달러였다. 모두 게임분야에 국한됐다. 페이스북은 현재 전자결제시 30%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는 전체 수익의 10%에 해당한다. 페이스북의 최고 매출원을 현재의 ‘광고’에서 ‘금융’으로 전환시킨다는 게 금융서비스 사업을 총괄하는 신 리안 페이스북 부사장의 복안이다.

영국 키스톤로 법무법인의 사이먼 딘-존스 변호사는 “창구 하나 없는 비금융 기업들이 전통 금융시장에 속속 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뉴스꺼리”라고 달라진 런던 금융가의 표정을 전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