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정보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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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도 난리야. 공공기관만이라도 중국산 장비를 걷어내야 한다는데, 그게 쉽게 되나.”

현재 우즈베키스탄 정보통신기술위원회에 부위원장(차관급)으로 나가 있는 김남석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최근 한국에 들어 왔을 때 직접 한 얘기다. 그만큼 우즈베키스탄까지 중국 정보기관의 첩보 활동이 뻗쳐 있다는 말이었다.

동석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들의 화웨이 의존도는 더 심하다”며 “거의 무료로 깔리는 화웨이의 저가 공세에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통신장비는 끼어들 틈이 없다”고 덧붙였다.

작년 말 한 통신사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려는 것을 두고, 미국이 ‘동맹 국가의 보안 문제’라는 식으로 외교 라인을 통해 우리 정부에 불만을 표시했다. 앞서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미국 내 화웨이의 영업을 금지하는 권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중국도 앉아만 있지 않았다. 지난해 시스코와 IBM·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자국 국가안보국(NSA)의 정보 수집에 협조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이들 IT업체의 대중국 매출액이 급감했다. 중국 내 반미 정서가 실적으로 발현된 것이다.

미국에 NSA가 있다면, 중국엔 국가안전부(MSS)가 있다. 중국 스텔스기인 J-20가 미국 F-35의 설계도를 해킹해 만들었다는 얘기가 도는 것도, 미국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의 지휘통제 코드가 중국 손아귀에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모두 MSS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 NSA에는 사이버보안 담당 최정예 인력만 1000여명이 있다. 그들이 쓰는 한 해 예산만 수백만달러에 달한다. NSA가 ‘하트블리드’ 문제를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직무유기’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두 나라 정보기관이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호각을 다투고 있는 사이 우리 국가정보원은 어떤가. 혹시라도 인터넷에 댓글이나 다는 초급 수준의 내부 정보전에만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