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휴대폰은 베트남의 자랑인가

삼성전자가 휴대폰 주 생산기지를 옮기면 치명적인 나라는? 답은 베트남이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전체 수출의 18%를 차지했다. 휴대폰 수출이 10%를 넘는다. 그것도 첨단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야말로 농업국에서 기술수출국으로 변신하려는 베트남의 국민기업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세계 1위임에도 국내 생산이 계속 준다는 전자신문 보도에 많은 독자들이 놀라움을 표시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는 것을 알았지만 제조업 공동화가 이 정도인줄 몰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기술제조, 특히 하드웨어 제조업체에게 중요한 요소는 가격경쟁력이다. 이를 높이고자 인건비를 비롯해 비용을 최대한 덜 드는 곳에서 만들려고 한다. 삼성이 휴대폰 생산기지를 동남아, 특히 베트남처럼 인건비도 싸고 인력도 우수한 나라로 옮기려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 그 대신에 다른 것을 약속했고, 또 파기했다면 이는 다른 얘기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공장 투자를 추진할 때 구미기술센터 기공식을 가졌다. 구미시민들은 이를 생산공장 축소를 대신해 모바일 연구개발(R&D)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였다. 들끓었던 불안감도 수그러들었다. 얼마 후 삼성전자는 결국 센터 설립을 백지화했다. 사업 환경 악화를 이유로 댔지만 구미시민의 배신감과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실 기업들은 구미와 같이 수도권에서 아주 먼 곳에 연구소를 잘 두려하지 않는다. 수도권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우수 인력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 구미기술센터 설립이 혹 현지 민심을 달래려는 시늉이었던 것은 아닌가 의심을 살 만하다.

하드웨어제조업체에게 가격경쟁력을 맞추기 힘든 국내에 무조건 남으라는 것은 잔인한 요구다. 그래도 부족하나마 대안을 어떻게든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다. 삼성전자처럼 그곳에 뿌리를 뒀고, 주민들의 사랑과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한 몸에 받은 대기업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이 책무를 소홀히 하자 새삼 이러한 의문이 나온다. 삼성 스마트폰은 과연 한국의 자랑인가, 베트남의 자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