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기업, `3D 프린터` 시장 주목…합성수지·금속 등 올해 투자 본격

국내 주요 소재 업체들이 3차원(D) 프린터 시장에서 금맥 찾기에 나섰다. 3D 프린팅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 이를 뒷받침하는 소재 산업이 핵심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플라스틱 등 합성 수지계열에서 벗어나 금속·세라믹 등으로 빠르게 다변화되면서 시장 진입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

금속 페이스트.
금속 페이스트.

1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SK케미칼·제일모직·대림화학·창성·대주전자재료 등 국내 주요 소재 전문 업체들이 3D 프린팅 시장에 진출했거나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3D 프린팅 시장에서 찾겠다는 목표다.

3D 프린터는 설계도에 따라 소재를 층층이 쌓아 올려 입체적인 사물을 출력해 내는 장비다. 잉크를 대신해 플라스틱, 금속 등의 소재가 이용된다. 초기 시장에선 폴리머나 플라스틱 레진 등 플라스틱 계열 소재에 국한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금·은·동·철 등 금속 소재는 물론이고 나일론·우드·세라믹 등 다양한 재료들이 시도되고 있다.

LG화학·SK케미칼·대림화학 등 국내 대기업 계열 화학 업체들은 3D 프린터의 핵심 소재인 플라스틱 계열에 주력하고 있다.

LG화학이 가장 적극적이다. LG화학은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ABS)’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ABS는 충격에 강하면서도 가벼워 금속 대체품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글로벌 3D 프린터 업체 스트라타시스 등이 LG화학의 ABS를 가공해 완제품 성형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국내외 ABS 생산량을 165만톤으로 확대 생산한다.

대림화학도 3D 프린터용 플라스틱 필라멘트를 생산하면서 주목받고 있으며, 제일모직도 시장 진출 시기를 놓고 내부에서 저울질하고 있다. LG화학·SK케미칼 등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 락틱 애시드(PLA) 양산을 검토 중이다. 플라스틱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특정 환경에서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다.

최근 금속 재질의 프린팅이 가능한 3D 프린터가 출시되면서 금속 소재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이미 경쟁이 치열한 합성수지 영역보다는 금속 소재 시장에 더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기능성 금속 소재 전문업체인 창성은 일찌감치 이 시장 성장 잠재력을 인지하고 관련 제품 생산에 주력해 왔다. 창성은 3D 프린터에 들어갈 원료로 금속 페이스트를 양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독일·미국 등 글로벌 3D 프린터 업체들과 금속 페이스트 제품을 놓고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현재로는 구리 원료가 가장 실용성 있는 재료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주전자재료 등이 3D 프린터 소재 시장 진출을 위해 전담 인력을 구성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근래에는 목재·고무류 등 이색적인 소재도 3D 프린팅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D 프린터 장비 업체들이 대부분 소재 사업도 같이 영위하고 있어 원천 기술이 없는 국내 업계로선 한계가 있다”며 “특화된 소재 영역에 진출해 하루빨리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