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만 수출 중기 육성, 맞춤형 지원 뒤따라야

정부가 2017년까지 수출 강소기업 10만 개를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중소기업 중심의 수출 기업화 프로젝트를 통해 부족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취지다. 실행 로드맵도 공개했다. 로컬 수출기업, 수출 중단 기업과 내수 기업 중 수출 가능성이 높은 수출 후보 기업 5만개를 우선 발굴한다.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역량평가와 수요 조사를 통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수출 유관기관과 협업해 종합 지원 체계도 구축한다.

해외 무대에서 활약할 강소 수출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 목표는 적합하다. 우리 경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저성장 기조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내수경기가 제자리걸음인 시점에서 해외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수출구조는 대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됐다. 석유화학·조선·자동차·휴대폰 등 대표 수출 품목만 보더라도 대기업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 수출기업이 제한적이다 보니 우리 경제에 자극을 줄만한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한다. 게다가 부가가치 중심이 아닌 대기업 특유의 ‘규모의 경제’에 기반을 둔 해외 시장 개척에 의존한다. 국제 경기 변동에 취약한 구조다.

대기업 바통을 이을 중소와 중견기업의 육성이 절실한 이유다. 강소형 수출 기업의 활약 없이 10대 수출국 위상은 빛을 잃는다. 한 때 세계를 휩쓸었던 ‘메이드 인 코리아’의 저력도 흔들린다.

문제는 방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출 품목과 방식, 심지어 수출 지역까지 모두 다르다. 기업이 정부로부터 받고자 하는 지원도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대기업 수출을 지원하는 방식은 중소·중견 기업에 잘 먹히지 않는다. 강소 수출기업을 만들려면 철저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보여주기 식 숫자 달성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강소기업이 계속 등장할 수 있는 뼈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업종별로 기업들이 원하는 지원을 분류해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그 효과를 점검해 수정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기업 육성 정책 성공도 결국 ‘디테일’에서 결정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