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TV, 모바일TV 콘텐츠 공급 계약서 곳곳 ‘지뢰’···IPTV 업계 한숨만

IPTV 3사가 운영 중인 모바일 TV에 실시간 채널을 제공하는 대가로 250억여원의 콘텐츠 사용료를 받기로 한 지상파 N스크린 서비스 푹(pooq) TV가 양자 간 계약서에 한 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추가로 받아낼 수 있는 세부 항목을 삽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콘텐츠 파워를 앞세운 지상파의 압력에 IPTV 업계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푹TV는 IPTV 3사와 체결한 콘텐츠 공급 계약에 지난해 IPTV에 부과한 가입자당 재전송료(CPS)와 별도로 모바일TV에서 계약 기간 중 7개월간 콘텐츠 판매 수익을 따로 받기로 한 것은 물론이고 푹TV 전용 주문형 비디오(VoD)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세부 항목도 기재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TV 시청률 하락으로 광고 수입이 하락하면서 매출 확보에 비상이 걸린 지상파는 수백억원 계약금은 기본이고 계약서에 2중, 3중으로 콘텐츠 사용료를 받아낼 수 있는 독소조항을 삽입해 IPTV 업계를 압박했다”며 “국내 방송 콘텐츠 시장의 80%를 점유한 지상파가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면 모바일TV 사업 존립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IPTV 업계는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푹TV와 IPTV 3사가 체결한 계약에 따르면 모바일TV 이용자는 ‘플랫폼 인 플랫폼’ 형태로 제공하는 지상파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먼저 푹TV 회원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푹TV와 IPTV 3사는 계약기간 24개월 가운데 17개월은 3사가 250억원을 지불하고, 나머지 7개월은 IPTV 3사의 푹TV 콘텐츠 판매량에 따라 사용자 당 1425원을 별도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모바일TV로 지상파 콘텐츠를 시청하는 이용자가 증가할수록 IPTV 업계가 푹TV에 내야 하는 콘텐츠 사용료 규모는 늘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셋톱박스 IPTV 가입자 수로 산출한 CPS를 지상파에 지불하는 IPTV 업계의 부담은 갑절로 늘었다.

현재 350만명 수준인 모바일TV 가입자가 7개월 간 모두 푹TV 이용 가입 신청한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 IPTV 3사는 349억원 가량을 추가로 내야한다. 푹TV는 250억원 계약금에 7개월 분 콘텐츠 판매수익 349억원을 합쳐 최대 599억원까지 벌어들일 수 있다. 업계는 올해 모바일TV 가입자가 약 8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콘텐츠 사용료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술 푹TV 대표는 “2년 계약기간 가운데 7개월은 IPTV 3사가 자율적으로 지상파 콘텐츠를 판매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강제로 돈을 받아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콘텐츠 공급자가 판매수익을 유통플랫폼과 공유하는 형태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푹TV는 각 IPTV사업자에게 오는 6월까지 모바일TV 앱에 전용 VoD 공간을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IPTV가 개발한 앱 안에서 또 다른 수익사업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6월까지 VoD 전용 공간을 구축하지 못한 IPTV사업자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는 산출 기준이 불분명한 CPS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해 업계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명확한 과금 체계를 정립하고 콘텐츠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선순환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