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그룹 입사지원서 불필요 스펙 요구 여전

국내 100대기업 상당수가 입사지원서에 학력과 외국어 점수, 자격증은 물론 신체조건이나 부모의 학력과 직위 등 직무와 관련없는 개인정보를 여전히 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0대 그룹 입사지원서 불필요 스펙 요구 여전

16일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서울 KT광화문지사 드림엔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부터 대학생들로 구성된 ‘스펙조사팀’을 꾸려 100대 기업 및 주요 계열사 가운데 채용을 진행한 95개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를 보면 학력(93.7%), 외국어 실력(90.5%), 자격증(91.6%), 병역사항(91.6%) 등은 90% 이상의 기업에서 요구했다. 얼굴사진을 요구한 기업도 74.7%나 됐고 전신사진을 요구한 기업도 한 곳 있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87.6%는 지원자들이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정보를 요구했고, 대학의 편입여부를 묻는 기업도 28.4%였다.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직장명 및 직위 포함)을 요구하는 기업도 각각 21.1%, 31.6%로 집계됐다. 주민등록번호는 46.3%, 공모전 수상경력은 34.7%, 사회봉사경험은 12.6%가 각각 요구했다.

청년위 스펙조사팀은 고교 학력정보는 전문성보다는 출신배경을 따지기 위한 것으로 지원서에서 삭제하거나 고졸여부 정도만 묻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편입이나 휴학정보를 요구할 경우에는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줄 것을 제안했다. 사진이나 키, 시력, 체중, 혈액형 등 신체조건은 직무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불필요한 항목으로 삭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학력이나 직장 및 직위를 요구하는 것은 가족의 학연이나 직위를 취업요건으로 고려한다는 의구심을 주는 만큼 반드시 삭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어의 경우, 일반적인 외국어 능력만 있으면 되는 직무에서는 외국어 시험점수를 요구하기보다는 일정 기준(커트라인)만 제시해 이를 넘으면 더 이상 점수 쌓기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개선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청년위는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빈번한 만큼 주민등록번호·결혼여부·종교 등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는 입사 후 회사에 제출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민우 청년위원장은 “대기업들이 외국어, 자격증, 공모전 등 특정 직무에 필요한 스펙을 모든 지원자에게 불필요하게 요구하고 있어 청년들의 스펙쌓기 경쟁을 유도하는 면이 있다”며 “향후 100대그룹 인사담당자와 청년들과의 간담회 등을 추가로 열고, 불필요한 스펙을 초월한 채용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