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43>사탄의 유혹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필자는 전자지불사업 창업초기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인터넷쇼핑몰들은 크게 성장했다. 우리는 작은 수수료만으로 미래에 생존 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동료들은 쇼핑몰사업을 하면 잘 할 수 있고 돈도 될 거라고 제안했다.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전자지불에 집중했다.

가장 큰 고객이었던 어떤 쇼핑몰 창업자와 친해지게 됐다. “사실 옛날에 당신이 미웠어. 우리는 물건 하나 팔기 위해 물류창고, 배송, 반품, 고객서비스 같은 엄청난 어려운 일을 해서, 물건 하나 팔아도 얼마 남지 않는데, 당신은 지불파이프 하나 연결해 자동으로 처리하면서 수수료를 쉽게 벌어가니 미웠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됐다. 그런데 당시 우리 회사 직원 수가 더 많았다.

내 사업은 이렇게 힘든데 남들은 항상 쉽게 사업을 하고 돈을 버는 것 같다. 내 길은 곳곳이 지뢰밭이고 오르막이고 힘들다. 바로 그때 옆에 돈이 쉽게 벌릴 것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한다. 이것을 필자가 만든 새로운 경영 용어(?)로 ‘사탄의 유혹’이라 부른다. 모든 창업자들이 직면하는 유혹이다.

‘넛지’라는 책에 “대개의 경우 기존 일을 끝내는 것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법”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많은 창업가들이 자기 사업을 제대로 키워보지도 못한 채 엉뚱한 일을 벌여 좌초했었구나. 심지어 코스닥 등록기업의 몰락 원인의 상당수가 ‘신규사업’이라는 걸 아는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 혹은 좋아 보이는 기회라 하더라도 내가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핵심역량에서 벗어날 위험이 있다. 사업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주장해도, 핵심이 아닌 일에 대해 절제가 안된다면, 회사와 주주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활동일 수 있다.

‘크고(big)’, ‘많고’, ‘멋있고’, ‘유명’한 것들은 어떤 일에도 주된 목표가 아니다. 그런데도 가져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사탄의 유혹이자 속임수다. 목표와 동기에서 이 네 가지를 제외하고 다시 점검하라.

포커스는 어떤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을 것을 결정하고 ‘절제’하는 것이다.

절제의 미덕을 가진 자만이 사탄의 유혹을 이긴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