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글로벌파운드리, 애플 파운드리 시장 겨냥 `적과의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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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세계 1위 대만 TSMC를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파운드리와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다. 최근 애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위탁생산 주도권을 TSMC에 빼앗긴 데 대응하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17일 삼성전자는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와 14나노 핀펫 공정 기술을 공유하는 전략적 협력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14나노 핀펫 공정 기술 라이선스를 글로벌파운드리에 제공한다. 고객사가 동일한 디자인으로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의 파운드리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원 디자인, 멀티 소싱’ 체계를 구축한다.

삼성전자의 경기도 화성, 미국 오스틴 생산라인과 글로벌파운드리의 미국 뉴욕 생산라인이 같은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 측면에서는 제품 위탁생산에 있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두 회사는 지난 2011년에도 IBM, AMD 등과 28㎚ 공통 플랫폼을 개발한 바 있다.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원 디자인, 멀티 소싱의 장점을 14나노 핀펫 공정까지 확장시킨 진정한 오픈 멀티소스 플랫폼”이라며 “팹리스 업체가 보다 쉽게 핀펫 기술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산제이 자 글로벌파운드리 CEO도 “업계 최초 14나노 핀펫 공정 멀티 소싱으로 팹리스 업체가 보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가 고객 확보를 위해 공통 플랫폼을 구축하지만 한편으로는 잠재 고객을 서로 나눠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리스크도 있다. 파운드리 고객이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 위탁생산 물량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상대방에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두 회사가 손잡은 것은 그만큼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의 아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46%에 달했다. 상위 13개 업체만 놓고 보면 5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에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 점유율은 각각 10%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둘을 더해도 TSMC 절반에 못 미친다. 삼성전자로서는 주요 고객인 애플의 물량 상당부분을 TSMC에 빼앗긴 것이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는 20나노대에서 10나노대 공정 진입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14나노, TSMC는 16나노 공정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 모두 10나노대 공정을 파운드리 사업의 전환기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가장 중요한 타깃 고객은 애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제이 자 CEO는 이날 양사 협력 소식을 전하면서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스마트폰·태블릿PC용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관심을 표명했다.

양사의 공통 플랫폼 구축이 차기 아이폰용 AP 위탁생산에 관해 애플과 사전 교감을 거쳐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수겸 IDC 상무는 “시장 경쟁에서 TSMC에 뒤진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공통 플랫폼을 선택했다”며 “기술적 장점 등을 떠나 결국은 실제 파운드리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협력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위:% / ※자료:IC인사이츠(점유율은 매출 기준)>



단위:% / ※자료:IC인사이츠(점유율은 매출 기준)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