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현장에선]페임랩 코리아2014...기대에는 못미치지만 과학과 대중의 접점 넓혀

“암세포들은 특이한 신호를 보냅니다”란 말과 동시에 발표자가 가진 울퉁불퉁한 고무공에 붉은 불이 들어왔다. “암세포는 또 신생혈관들을 만드는 신호를 보냅니다”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표자의 오른쪽 팔에 혈관 형태의 붉은 불이 반짝거렸다. 청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개최된 ‘페임랩 코리아 2014’ 현장. 11명의 발표자가 3분간 아무런 발표 자료 없이 ‘말로만’ 특정 과학 분야를 대중에게 쉽게 설명해야 했다.

시작은 흥미로웠다. 대부분 과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도구들을 들고 나와 대중에게 설명했다. 메뚜기, 까르띠에 반지, 종이로 만든 파인애플, 투명한 공 등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도구들이 등장했다. 대부분의 도입부분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과학이론이 나오기 시작하는 중간 부분부터는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짧은 시간 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다소 비약이 심한 경우도 있었다. 과학 원리 한 단계라도 놓치면 뒷부분을 따라갈 수 없었다.

발표자는 고등학생부터 사업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지만 상은 자신의 전공 내용을 발표한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에게 모두 돌아갔다. 상을 받은 이들은 어려운 용어를 말하지 않았다. 대중이 친숙하게 생각하는 단어들만 사용했다. 짧은 시간 내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역시 과학적 내공이 필요했다.

대상은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에 재학 중인 지웅배씨에게 돌아갔다. 지 씨는 지구는 우주 천체 중 생명체가 살기에 가장 완벽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태양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지구처럼 태양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행성을 찾는 방법을 발표했다. 그는 반복되는 깜박임이 있는 행성을 발견한다면 그 밝기로 태양과의 거리를 계산해 생명체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약대 박사 과정 중인 이상곤 씨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암세포에 대해 설명한 그는 가장 대중적 호응을 많이 받았다. 직접 암세포를 설명하기 위해 반짝이는 공과 혈관 모형을 준비한 효과가 컸다. 암세포가 퍼지는 과정을 어려운 의학용어 없이 도구만으로 쉽게 설명했다.

우수상은 전염병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설명한 서울대 수의학과에 재학 중인 이덕원 씨에게 돌아갔다. 이 씨는 도구보다는 바이러스와 전염병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전염병을 설명할 때는 에이즈, 조류독감 등 쉬운 예를 들었다.

재미와 전문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발표가 없어 아쉬웠지만, 과학과 대중의 거리를 가깝게 만든 대회였다. 발표가 끝난 후 고등학생들이 발표자들에게 다가가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광영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성문 학생은 “양자역학 발표자에게 양자역학의 원리에 대해 추가적으로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며 “전문적인 강연이 아니라 쉽게 과학 원리를 설명한 강연이 대부분이어서 과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