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겪은 정부, 뒤늦은 통합재난시스템 구축 사업도 `용두사미` 우려

세월호 참사에서 최악의 재난 대응을 보여준 정부가 사후약방문식으로 뒤늦게 범정부 지능형 해양재난시스템 구축에 나섰지만, 이 역시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여러 부처의 재난시스템을 통합해 범정부 차원의 재난시스템 구축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사업이지만 지나치게 예산이 적어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뒤늦게 지능형 해양수산재난정보체계 구축에 나섰지만 지나치게 적은 예산을 책정해 부실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뒤늦게 지능형 해양수산재난정보체계 구축에 나섰지만 지나치게 적은 예산을 책정해 부실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자정부 사업으로 발주된 ‘지능형 해양수산재난정보체계 구축 정보화전략계획(ISP)’이 수행범위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관련업체가 제안을 기피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안전행정부·소방방재청·국가재난관리통합상황실·해양환경관리공단 등 여러 부처에 산재된 재난시스템을 통합, 연계 방안을 마련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2억8600만원에 불과하다. 실제 수주가격은 예가 80% 아래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2억2880만원 미만이다.

업계는 지능형 해양수산재난정보체계 구축 ISP를 수행하기 위해 최소 필요 인력이 60~70맨먼스(Man/Month)가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예산은 12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자문위원회 운영과 추가 경비를 포함하면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책정된 예산으로는 최대 15맨먼스가 투입 가능하다. 프로젝트 기간이 6개월이기 때문에 평균 2.5명이 투입된다. 2.5명으로 여러 부처에 산재된 방대한 정보시스템 통합 방안과 로드맵을 수립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진행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행한다 하더라도 결과물은 활용하기 힘들 정도로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ISP 사업부터 예산이 턱없이 낮아 실제 본사업 추진도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도 나온다.

해수부는 ISP 사업으로 해양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범정부 지능형 통합 재난시스템 구축 방안과 법·제도 개선, 범정부 재난대응 업무프로세스 재정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 사업을 수행하겠다고 나서는 업체가 없어 범정부 지능형 통합 재난시스템 구축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과거부터 해양 재난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해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매번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좌절됐다”며 “향후 여론에서 잊혀지면 또 다시 예산확보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