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글로벌파운드리 제휴, 국내 장비·소재 업체에 신기회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스가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공정 14나노 핀펫(FinFET) 기술을 공유하기로 하면서 국내 장비·소재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동일한 장비·소재를 삼성전자뿐 아니라 글로벌파운드리스에도 공급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핀펫 시대를 맞아 국내 장비·소재 업계가 기술 국산화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자체 개발해온 14나노 핀펫 공정 기술을 폐기하고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공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 두 회사가 14나노 핀펫 공정 기술을 공유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은데 따른 조치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앞으로 삼성전자와 동일한 장비와 소재를 쓸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파운드리스에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원익IPS는 이미 지난 3월 글로벌파운드리스에 164억원 규모의 화학기상증착(PE CVD) 장비를 공급했다. 하반기에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14나노 핀펫 공정에 쓰이는 식각·연마용 장비·소재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씨텍과 솔브레인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핀펫 공정에 쓰이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 17라인에 장비·소재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케이씨텍은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평평하게 가공할 수 있는 화학적기계연마(CMP) 슬러리 기술을 보유했다. 핀펫 공정을 도입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식각 업체 솔브레인은 최근 핀펫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고순도 화학물질 및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3D 검사장비를 주로 생산하는 고영테크놀러지도 핀펫 시대에 주목받는 기업이다. 핀펫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는 회로 집적도가 높아 3마이크로미터(㎛) 수준의 패키징 검사가 필요하다. 종전 장비로는 6∼12㎛ 수준의 검사만 가능하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최근 반도체와 서브스트레이트(반도체기판) 배열 오차 범위를 1.5∼3㎛까지 측정할 수 있는 핀펫 반도체 패키징용 검사장비를 개발했다. 이르면 올 하반기 핀펫 반도체 패키징용 검사 장비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파운드리 업체마다 공정이 달라 국내 업체들이 해외 고객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글로벌파운드리스가 삼성전자와 14나노 핀펫 공정 플랫폼을 통일함에 따라 국내 장비·소재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핀펫은 3차원(3D) 입체 구조로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입체 구조로 돌출된 게이트(트랜지스터) 모양이 상어지느러미(Fin)와 비슷해 핀펫으로 불리게 됐다. 핀펫 기술을 적용하면 종전 2차원 게이트의 절반 수준 전압에서 작동이 가능하고, 누설 전류량도 훨씬 적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