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 귀국 5일만에 출근경영…위기 정면돌파 의지 보여

지난 17일 귀국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5일 만에 출근경영을 재개했다. 귀국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출근경영에 나선 것이어서 이건희 회장이 현재 경영 환경을 중대한 위기상황으로 인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상보다 이른 출근 경영에 삼성 임직원들도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이건희 삼성회장 귀국 5일만에 출근경영…위기 정면돌파 의지 보여

이건희 회장은 출근 첫날 주요 사장들의 현안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위기 돌파 해법으로 내놓은 첫 일성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연초 강조한 ‘마하경영’이 현장으로 확산되지 않는 것에 대해 다시 정신재무장을 강조했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는 ‘마하경영’을 강조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관련해서는 최근 출시된 ‘갤럭시S5’의 초반 판매량에 관심을 집중했을 것으로 관측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부터 주력인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올 1분기까지 2분기 연속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갤럭시S5 효과가 나타나야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갤럭시S5를 두고 혁신 부재론이 비등한 상황이어서 실제 판매량이 얼마나 호조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이건희 회장은 이 같은 내용을 꼼꼼히 챙겼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건희 회장이 해외에 머무는 동안 터진 잇따른 구설수에 대한 언급도 관심사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동시 출시를 공언한 ‘갤럭시S5’는 한국 통신사들이 조기 출시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삼성전자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오바마 셀카’ 마케팅 구설수에 이어 삼성전자가 애플의 전 CEO인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마케팅에 활용하려고 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이외에도 국내에서도 갤럭시S5 일부 부품 문제와 관련해 언론사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가 ‘재벌기업의 언론 길들이기’라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반삼성 기류가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이건희 회장의 행보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언급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회장 귀국 사흘 후인 20일에는 삼성 금융계열사 서비스 장애로 이어진 삼성SDS 건물 화재사고가 있었다. 지난해 연이어 터진 안전사고 후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경질이라는 처방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이어진 셈이다.

삼성은 이외에도 그룹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그리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이 결의됐고, 삼성생명·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 구조조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합병 등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고 재도약을 위한 기반도 닦아야 한다.

이처럼 산적한 현안이 이건희 회장의 재빠른 출근 경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위기때마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며 삼성전자를 글로벌 최고기업으로 우뚝 세운 이건희 회장이 나서지 않으면 풀기 힘든 과제들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경영구상 등을 위한 장기 해외 출장 이후에는 후속 주문을 꼭 내놓는다. 때론 제품의 가격과 스펙(사양) 등 구체적 지시도 있었다”며 “대개 전략은 제대로 맞아떨어졌으며 지금 보면 그것이 삼성의 지속 성장에 있어 중요한 구심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11일 경영구상 등을 목적으로 출국했다가 96일 만인 이달 17일 귀국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언급했듯이 개인사든 회사 업무든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는 이건희 회장이 사안별로 다시 솔로몬의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