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게임셧다운]규제의 천박함을 보여주는 제도

게임셧다운제가 여전히 논란이다. 멀쩡한 세상에서 어처구니없는 제도가 만들어진 것도 놀랍지만 여전히 셧다운제를 옹호하는 이들의 노력이 계속된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反 게임셧다운]규제의 천박함을 보여주는 제도

게임이 중독물질이고 악의 축이라고도 표현한다. 그런 이들에게 수없이 다양하고도 많은 게임이 전부인지 아니면 그 중에서 어떤 게임을 의미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어떤 게임에 몇 시간을 투입하면 중독 상태가 되고 악의 축이 되는지 묻고 싶다. 혹시 아이가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게임에 빠져서 새벽까지 한다면 그 게임을 중독물질이며 악의 축이고 셧다운돼야 한다고 주장할까.

게임셧다운제는 게임의 공급을 막는 산업 규제의 의미만을 갖지 않는다. 청소년과 보호자가 스스로 결정하여 얼마든지 행할 수 있는 사적 행위를, 그것도 특정한 시간대에 게임이라는 특정한 행위만을 획일적으로 막는 놀라운 제도다. 그런데도 우리사회는 이것이 여전히 이해되고 허용되는 사회인가보다.

문명국가로서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는 절대적으로 지켜지고 추구돼야만 한다. 청소년보호도 우리 사회가 확보해야 할 아주 기본적이고 더욱 강화되어야 할 대명제다. 나라의 미래세대인 청소년을 보호하자고 하는 데 누가 감히 이의를 달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전체주의적 가치관이 청소년보호라는 명분으로 포장돼 드러날 때에는 그 속에 숨어 있는 규범의식을 느끼며 소름이 돋는다. 자유로운 선진문명을 지향한다는 우리사회에서 청소년보호방법은 오히려 퇴행적이고 악질적이다.

헌법까지 들먹이지 말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그렇게 살아 왔듯이 재미있는 놀이를 자제하고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법의 지배영역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청소년과 보호자의 자유로운 몫이다. 청소년이 당연히 할 수 있는 놀이를 보호자 허락도 없이 법으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떤 가치관에서 형성된 것인지 궁금하다. 아이들의 삶을 국가계획에 맞춰 생활하는 군인 양성 과정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진실로 법으로 청소년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고 싶다면 저녁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청소년통행금지제도를 고려하는 편이 어떨까.

청소년의 게임을 법으로 막을 수 있다면, 보호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법이 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있으면 된다. 게임이 아주 잘되는 고가의 컴퓨터와 모바일폰을 충분히 사주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적어도 법이 정한 시간이 되면 게임을 못할 테니까.

유감스럽게도 요즈음의 아이들은 이런 법의 멍청함을 금방 알아챌 정도로 대부분 천재적이다. 아이들에게는 그저 웃기고 불편한 거추장스러움일 뿐이다. 그리고 탈법과 불법에 익숙해진다. 우리의 천박함으로 인해 아이들의 규범의식은 악화되기만 한다. 보호자는 규제만 하면 해결될 것 같은 법의 환상에 빠져 있고 게임업체는 사회적 책임보다 규제만 피하면 된다는 규범의식의 황폐화가 진행된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게임 산업이 성장하면서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콘텐츠의 내용과 기능을 개발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다양한 측면에서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변화하는 교육환경에서 부모와 교육기관 등 보호자의 관리방법과 책임도 더 명확해져야 한다.

청소년의 삶과 보호자의 애정을 법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처럼 게임이라는 청소년의 놀이는 청소년과 보호자의 영역일 뿐 법의 영역이 될 수는 없다. 밤에 게임을 할 것인지 잠을 잘 것인지 공부를 할 것인지는 청소년과 보호자가 결정하고 선택할 일이다. 부모와 아이의 뜻이 아니라 법에 의해 획일적으로 아이들의 밤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음에는 법이 또 무엇을 지배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정해상 단국대 법대 교수 hocru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