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공공 빅데이터 컨트롤타워 기능 불명확, 중복투자와 효과 미흡 우려

세계적으로 빅데이터 분석이 화두다. 미국·영국·일본 등은 일찌감치 국가 빅데이터 전략을 수립했다. 우리나라도 작년 국가 빅데이터 전략을 수립한 데 이어 연초 ‘빅데이터 활용 확대방안’도 마련했다. 정부3.0 시책으로 공공기관 빅데이터 관련 사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그러나 공공 빅데이터 분석이 말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유야무야 되거나 중복투자로 예산만 낭비한다는 것이다. 공공 빅데이터 분석의 문제점과 해법을 짚어봤다.

[이슈분석]공공 빅데이터 컨트롤타워 기능 불명확, 중복투자와 효과 미흡 우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이 연초부터 4월 현재까지 발주한 빅데이터 분석 사업만도 12개에 이른다. 상반기 중 공공 빅데이터 분석 사업이 잇따라 발주될 예정이어서 사업 수는 두세배 늘어난다. 안전행정부는 연초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올해 빅데이터 추진과제가 총 25개라고 발표했다. 공기업 등을 더하면 50개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많은 빅데이터 분석 사업이 공공기관 곳곳에서 산재돼 추진되다 보니 데이터 수집 한계로 단편적인 효과를 내는 데 그치고 만다. 유사 사업 진행으로 중복 투자도 우려된다. 명확한 목표가 없거나 예산이 부족해 시범연구만 진행하고 마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 빅데이터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 범정부 전사아키텍처(EA)처럼 사업 검증과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트롤타워 기능 불명확, 중복투자 우려

가장 큰 문제는 공공기관별 빅데이터 분석 사업이 효과적으로 조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이 대표적이다. 교통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사업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도로공사, 교통관리공단, 서울시·부산시 등 다수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했다. 이 중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아직 현장에 적용되지 못했다.

기관 개별적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진행하면 무엇보다 빅데이터를 수집,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효과적인 분석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다양한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해야 하는 데 한 기관이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범국가적인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인 결과만을 만든다. 유사 사업을 기관별로 추진해 불필요한 예산 낭비도 발생한다.

공공 빅데이터 분석 사업이 조율되지 못한 원인은 정부 컨트롤타워 기능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 빅데이터 분석 사업 조율은 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전략센터가 맡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안행부가 상당 부분 관여한다.

국무총리 소속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도 별도로 있다. 공공데이터 개방을 위한 위원회이지만 빅데이터 추진전략과 우선순위를 심의 조정한다. 미래창조과학부도 별도로 미래전략 수립과 현안 해결을 지원하는 국가미래전략센터를 구축한다. 빅데이터 분석이 국가 화두로 떠오르자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 많아진 셈이다.

◇명확한 목적 없이 ‘남들 하니깐 나도’

빅데이터 분석을 명확한 목적 없이 추진하는 것도 문제다. 작년 진행한 공공 빅데이터 분석 사업은 50개가 넘는다. 1년이 지난 현재 빅데이터 분석으로 실질적 효과를 거둔 사업은 극소수다. 대표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서울시의 빅데이터 분석 기반 심야버스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 여러 차례 시범 테스트한 후 탄생된 결과다.

공공 빅데이터 분석 사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명확한 목적과 적절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시범연구만 진행했다. 소방방재청, 국립재난연구원 등은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해 재난 예측시스템을 마련한다고 여러 차례 홍보했지만 ‘세월호 침몰’처럼 대형 참사에는 무용지물이다.

빅데이터 전문가는 “공공기관이 빅데이터 분선 사업 추진에 앞서,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명확히 하고 이에 맞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며 “남들이 하니깐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진행하면 성과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산 너무 낮아 품질저하 우려

사업별 예산이 너무 작은 것도 문제다. 올해 발주된 12개 사업 중 예산을 공개한 10개 사업의 평균 예산은 1억1000만원이다. 실제 수주가격은 예가의 80% 선인 것을 감안하면 사업당 평균 예산은 1억원도 안 된다. 공공 빅데이터 분석 사업 상당수가 입찰이 유찰되는 배경이다.

빅데이터 분석 사업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대표는 “민간사업 수행 시 개발자는 한 달에 1500만원, 컨설턴트는 최대 3000만원을 받는다”며 “공공사업은 750만원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수익성이 낮아 중견 기업은 공공 빅데이터 사업을 기피한다. 실적 확보가 급한 중소기업만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하는 실정이다.

저가 예산에 따른 사업 품질 저하도 우려된다. 빅데이터 분석 인력이 국내 한정된 가운데 상당수 중소기업은 해당 인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보유 하더라도 낮은 예산으로 인건비가 비싼 전문인력을 충분히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수익 확보를 위해 초급 인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