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47>마케팅의 비결은 사랑과 정성

[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47>마케팅의 비결은 사랑과 정성

김치볶음밥을 참 좋아하지만 분식점에서는 거의 안 먹는다. 김치볶음밥의 핵심은 바닥에 약간 눌은밥인데, 너무 타면 딱딱해서 싫고 없으면 전체적 맛이 밋밋하다. 분식점에서는 김치와 밥을 볶아서 김치볶음밥을 만들긴 하는데 그 눌은 김치볶음밥의 심오한 맛을 경험할 수 없어서 나 같은 ‘김치볶음밥 마니아’는 주문하지 않는다. 분식점을 운영하면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열 가지가 넘는다는 걸 잘 안다. 이해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갖고 그렇게 만드는 분식점 주인만이 맛집의 반열에 올라선다. 그래서 나는 김치볶음밥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 맛있는 비결을 물으면 ‘사랑과 정성’이라 한다. 진짜 사랑과 정성을 들여 볶아야 맛있다.

많은 분식점 주인들은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은 후에도 자신의 김치볶음밥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여전히 모른다.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잘 안 되는 이유가 디자인이나 기능이나 홍보, 이벤트 부족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래서 엉뚱한 일을 열심히 한다. 디자인과 기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CEO의 관심, 즉 사랑과 정성이 부족하다는 걸 알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을 텐데.

많은 CEO들은 자기 제품을 자신이 가장 잘 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파워 고객만큼이나 내 제품을 아는 CEO가 있는 회사는 성공할 것이다. 심지어 CEO가 직접 설계하고 개발한 제품조차 고객이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 왜 그렇게 쓰는지, 제품의 활용처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르다는 비밀을 안다면 그 회사도 성공할 것이다. 고객에 대한 관심이 눈을 열게 만든다.

향수냄새와 꽃향기는 둘 다 향기롭지만 분명히 다른 것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마케팅 메시지와 진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랑은 분명히 다르다. 둘 다 달콤하고 아름답지만 시간의 시험을 거치면 다른 결과를 만든다. 아직도 마케팅을 진실함과는 상관없어도 되는 어떤 정치적 수사 또는 겉만 번듯한 거짓 메시지 정도로 생각하는 창업가가 있는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설득력 있으며 희귀한 메시지는 바로 진정성 있는 사랑과 정성이라는 걸 모든 창업가가 알았으면 좋겠다. 사업은 고객에 대한 진실된 봉사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