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해외진출 위한 체계적 지원전략 좌담회

현 정부의 국정 기치인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데 해외 진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해외 주재관에게 기존 업무와 별도로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새 임무를 부여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아우르는 국제협력 종합계획을 수립했고 해외 거점 국가에 글로벌혁신센터(KIC)를 설립했다. 이를 해외 진출의 구심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국가별 현지 거점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는 주재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래부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해외 주재관 전원을 소집해 주재관 역할 재조명과 실질적 해외진출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회의를 가졌다. 지난 24일 미래부 회의실에서 거점 국가 주재관과 함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방안과 방향성을 논의했다.

미래부, 해외진출 위한 체계적 지원전략 좌담회

◆참석자

△이재홍 미래부 국제협력관

△김성칠 중국 공사참사관

△정성환 미국 참사관

△조선학 미국 참사관

△구혁채 EU 참사관

△사회=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사회(권건호 전자신문 기자)=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총괄하는 국제협력 종합계획을 마련했고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통과했다. 그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면.

◇이재홍 미래부 국제협력관=그동안 국제협력에서 여러 일을 해왔지만 생각보다 성과가 나지 않았다. 문제점을 살펴보니 전문성 부족, 업무 분산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고자 고민한 결과가 국제협력 종합계획이다.

큰 틀은 글로벌혁신센터(KIC)를 만들어 기업과 혁신 주체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올해 미국과 유럽 등에 다섯 곳의 KIC를 우선 개소한다. 이를 이용해 그동안 국제협력으로 뿌린 씨를 경작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종합계획에는 효율성을 높이려 KOTRA나 재외 공관 등 기존 해외진출 지원기관과의 연계방안 등도 담았다.

◇사회=해외 주재관은 현지 여건과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역별로 시장 상황 등에 따른 특색이 있을 것 같다. KIC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준비 상황과 핵심 솔루션은.

◇김성칠 중국 공사참사관=중국에는 KIC 같은 해외진출 유관 기관이 네 개 있다. 그런데 각각 따로 업무를 진행한다. 연구조사, 전시회가 주요 업무다. KOTRA, 인터넷진흥원, ETRI 등에서 나와 있는 지원기관이 수행하는 업무를 연계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과학기술과 IT를 융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선학 미국 참사관=미국 경제성장률이 우리나라보다 높다.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발전시키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미국 경제의 핵심이다. 바이오와 첨단기술 기업이 전통 굴뚝 산업보다 2~40배 창업 효과가 있다. 창업도 실리콘밸리를 넘어 보스턴 등 미국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첨단기업 집적도를 보면 보스턴과 워싱턴 등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새너제이를 상회한다. 이는 민간의 노력도 있지만 실제로 미 연방정부, 지자체, 대학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맞물려 돌아간 결과다.

미국은 지역별로 특화된 정책도 많다. 지자체별로 정책이 벌어진다. 메릴랜드가 바이오를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KIC가 이런 지역적 특색까지 감안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 우선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에서 시작하지만 나중에 시애틀까지도 확장해야 한다. IT, BT,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 진출 기업에 네트워크를 만들어주겠다.

◇정성환 미국 참사관=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창업이다. 한국 시장은 레퍼런스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에서 통했다는 것은 IT 분야에서 가장 잘 조직된 테스트베드를 거쳤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통한 것이 왜 미국에서는 안 통할까를 보면 문화의 차이 등이 있다. 미국은 가장 큰 소비 시장이다. 미국 시장이 세계시장이라는 의미도 있다.

미국 진출 지원은 그동안 좀 흩어진 모양새였다. 이제는 좀 더 시너지를 내고 강력하게 해보자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과의 연결고리가 KIC다.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동부의 워싱턴도 잠재력이 크다. 텍사스, 보스턴이 오히려 실리콘밸리보다 잘 나갈 수 있다. 실리콘밸리보다 앞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곳이 많다. 서부는 기존에 잘 형성된 것을 유지하고 동부는 뻗어나갈 곳이다. 이런 것들을 잘 고려해 지원해야 한다. 앞으로 KIC가 할 일이 많아졌다.

◇이재홍=KIC가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미 창업에 성공했고 이너서클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멘토단을 구성한다. 재미 사업가, 우리와 관계있는 미국 사업가를 멘토단으로 한다. 필요한 분야에 컨설팅해줄 수 있도록 하겠다.

◇구혁채 EU 참사관=유럽은 시장이 크지만 우리와 네트워크가 적다. 그래서 잠재적인 시장, 협력 가능성 등은 크다. 유럽을 넘지 않고는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어렵다. 예전의 유럽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거시통계를 보면 2007년 경제 위기를 맞았지만 직전 분기에 유럽은 최고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플러스로 전환한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2007년을 기점으로 중소기업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뒤에는 액셀러레이터가 증가했다. 2007년 전후를 비교하면 네 배가 늘었다. 2002년부터 시도한 효과가 2007년 나오기 시작했다. 중소기업 내에서도 소기업 수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 기술적인 논문 수준이 높아지고 의료와 IT, 에너지 분야에서 성장이 빠르다. 특허 출원 증가율은 미국보다 빠르다. 이런 유럽의 경제 변화를 보고 있지 말고 우리가 참여해 공동으로 해야 한다.

◇사회=그동안 국내 기업의 다양한 해외 진출사례를 지켜봤을 것 같다. 지역마다 진출 전략을 달리해야 할 것인데 지역별로 해외 진출에 성공하기 위한 팁과 노하우가 있다면.

◇김성칠=중국은 이동통신이 급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늦어서 4G 라이선스가 지난해 12월 발급됐다. 올해 본격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이 확산되면서 모바일 게임에 관심이 상당하다. 5G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늦었지만 5G는 놓치지 않으려고 준비한다. 세계를 선도하는 데 양국이 협력할 분야가 많다.

KIC에서는 중국에 적합한 ICT 스타트업, 벤처 발굴을 추진할 계획이다. 100개 정도 발굴하고 싶다. 이들 기업을 지원하는 중국의 주요 회사도 선정한다. 전시 역시 지금까지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다면 이제는 주요 고객을 타깃으로 한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해외 진출을 위해 입주 인큐베이팅을 하는 기업도 장기, 단기 등으로 구분해 필요한 맞춤형 지원을 할 생각이다. 해외 진출 기업의 약점인 사후관리(AS)도 KIC가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 진출했다 실패한 기업을 보면 대부분 중국을 깔보고 들어온 사례다. 중국은 만만하지 않다. 정보가 부족해 사기를 당하는 일도 많다. KIC가 현지 기관을 검증할 수 있도록 대표 기업을 선정해 핵심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짝퉁이나 복제 우려가 있지만 시장 위험요인은 어디에나 있다. 중국도 저작권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조선학=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기업은 미국 현지 네트워크에 진입하지 못한 점이 주요 문제였다. 벤처 네트워크 안에서 인수합병(M&A)이 이뤄지고 투자도 일어난다. 미국 유태인 네트워크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해외 국가도 이런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한다. 스위스는 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스위스넥스’라는 프로그램이 있고, 노르웨이도 ‘노르웨이지안 앙트프러너십’이 있다. 인도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나라는 한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된다. 미국 출신 박사들이 많다. 예전에는 연구자 중심이라면 이제는 벤처로 가고 있다. 기술 분야도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미국 벤처 커뮤니티나 투자자 그룹에도 한국 벤처에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KIC는 네트워크에 중점을 두고 기술과 투자 커뮤니티, 기술이전 분야에 전문가를 계속 발굴하고 있다. 실제로 네트워크에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구혁채=기술 전략화 측면에서 IT와 과학기술 분야가 중요하고 기술 사업화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나로 원자로에서 반도체 도핑을 한다. 도핑한 반도체가 일본 도요타 하이브리드카에 들어간다. 이를 이용하면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카를 얼마나 생산하는지 알 수 있다.

또 하나 예를 들면 위성 제어 원자시계 기술도 필요하다. 현재 러시아, 미국, 스위스만 원자시계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우리가 원자시계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위성을 발사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유럽과의 기술 협력이 중요하다.

유럽의 복잡한 업무 절차에도 잘 대응해야 한다. 사전 특허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절차를 갖추지 않아 전시회에 출품할 제품을 압수당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코디네이터 업무도 KIC가 해야 한다.

◇사회=기존 과학관, 방송통신관으로 구분돼 있던 주재관 직위가 미래부 출범을 계기로 과학기술정보통신관으로 바뀌었다. 업무 영역도 넓어지고 전문성도 요구되는데 어려움은 없나.

◇김성칠=현실적인 부분이다. 기존에는 방송통신관과 교육과학관이 따로 있었다. 이것이 교육관이 분리되면서 과학과 방송통신관을 합쳤다. 미래부가 하는 업무를 다 맡기 때문에 업무 영역에 중복은 없어졌지만 업무가 늘어나기는 했다.

◇정성환=KIC가 큰 효과를 내려면 결국 지원이 필요하다. 예산이 전부는 아니지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KIC처럼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업이라면 실패하더라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예산 지원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구혁채=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이 된 만큼 국제협력도 좀 더 세련돼야 한다. 국제협력 종합계획이 있어 큰 프레임이 마련됐고 공관의 도움을 받으면 서로 보완할 수 있다. IT가 약하면 스위스 공관의 도움을 받는 등 나라별로 강점이 있는 공관이 서로 지원하면 된다. 공관 간 벽을 낮추고 협력해야 한다.

◇조선학=인력 문제도 중요하다. 프랑스는 대사관에 기술 분야별로 27명의 전문인력이 있다. 스위스넥스에도 분야별로 35명이 일한다. 우리나라 해외주재관은 일당백으로 일하고 있다.

◇이재홍=기존에는 정보통신관, 과학관으로 명칭도 나뉘어 있었다. 이제 과학기술정보통신관으로 바뀌었다. 미래부 해외주재관이 총 12명이다. 러시아와 인도는 조만간 파견을 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국가에 없는 사례가 꽤 있다. 유럽의 중심국가이자 과학 대국 중 하나인 프랑스에도 없다. 신흥 시장인 동남아시아도 IT 분야 등에서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교부, 안행부 등과 논의해야 하지만,주요 거점 국가로 진출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KIC 성공을 위해 예산과 인력이 필요한데 이 부분도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공관과의 네트워크 구축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 KIC의 키워드가 네트워크인 만큼 공공기관, 공관, 기업 간 성공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겠다.

정리=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