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IT융합 확산을 위한 단상

[미래포럼]IT융합 확산을 위한 단상

세월호 사고가 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온 국민이 마음 한쪽에 깊은 슬픔을 간직한 채 일상으로 돌아가려 노력하고 있고, 정부와 언론은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약방문’ 격이긴 하지만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IT인의 한 사람으로서 IT 측면에서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는 없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평형수가 부족하면 배에 경보음이 울리게 돼 있었다면 어땠을까? 자동차 엔진 오일 경고등처럼말이다. 평형수 부족 경고가 출항 전에 해당 해양경찰청에 전달돼 출항이 금지되었다면 어땠을까? 더 나아가 배 곳곳에 센서를 부착하고 이들 신호를 실시간 분석해 세월호의 전복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할 수는 없었을까? 이런 것들이 우리가 요즈음 이야기하고 있는 사물통신(IoT), 빅데이터 분석이 아닌가?

예전과 달리 요즈음의 IT는 상당 부분 보편화돼 있다. 유용한 오픈소스들이 널리 공개되어 있고, 분야별로 좋은 솔루션도 많이 나와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어떤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한 예로 여행시장을 살펴보자. 여행상품은 물량이 한정적이며,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0’이 되기 때문에 동일 상품이지만 시간별로 다른 가격을 요구해도 고객이 수용하는 매우 특별한 특성을 가진 서비스 제품이다. 따라서 여행사들은 한정된 상품으로 최대의 이익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으며, 때론 잘못된 예측으로 인한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땡처리’ 상품도 내놓곤 한다. 주목할 것은 여행상품 수요는 미래 출발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출발일별 검색 로그를 분석하면 비교적 정확한 수요 예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행상품 검색 로그라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다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 여행시장은 이런 분석에 따른 사전예측을 도입하고 있지 않다. 기술이 시장을 파고들지 못한 것이다.

한편에서는 최신 IT가 빈번히 소개되고 적용을 위한 많은 제안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제조·서비스 분야에서는 IT 융합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 큰 원인 중 하나는 IT가 현업을 이끌어 갈 만큼 주도적인 역할을 못하거나 혹은 현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다. 많은 곳에서 빅데이터·사물통신 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들 기술을 이용해서 실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적용 분야에 대한 지식과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IT와 제조업, IT와 의료, IT와 국방 등의 융합에서 융합주체의 전문적 깊이와 식견은 융합을 더 잘되게 하는 윤활유와 같다. 융합이 잘되는 것은 그만큼 결과물이 세상에 이롭고, 사람에게도 편리하고, 서비스 진화에도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IT 융합의 궁극적 목표를 인류 삶의 발전, 인류 생활의 진화로 보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인류의 기술은 결국 인류를 위해 잘 쓰이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분석 역시, 아마 많은 현장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할 것이다. IT와 현업의 융합은 두 가지 모두의 이해가 필요하며, 이는 IT인들이 주관이 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IT로 세상을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조규진 라온랩 대표 kyucho@laon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