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막·3차원 반도체 확산...반도체 후방 산업 구도 재편 가속

반도체 기술이 급변하면서 후방 산업 구도 재편에 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도 초박막·3차원 적층·정밀 검사 등 새로운 공정이 적용되면서 과거 기술이 퇴출되고 새로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에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 간 향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향후 초박막 반도체 패키지에 레이저 마커 대신 잉크 마커를 적용할 계획이다. 기존 레이저 마커는 반도체 패키지 상판을 깎아내는 방식인데, 초박막 패키지는 두께가 얇아 웨이퍼에 전기적·열적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저 마커 제조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종합기술원에서 자체 기술로 레이저 마커를 대체할 수 있는 잉크 마커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국내 협력사와 손잡고 레이저 마커를 대체할 수 있는 장비 개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향후 3차원 낸드 플래시에도 잉크 마커 장비가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3차원 낸드는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20~30층 쌓기 때문에 패키지 두께가 두껍다. 반도체 업체들은 두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웨이퍼 보호 복합소재(EMC)를 덜 쓰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MC가 얇아지면 레이저 마커로 인한 웨이퍼 손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도체 업체들이 레이저 마커 대체 장비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초박형 패키지에 레이저 마커를 쓰면 반도체 웨이퍼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스마트폰 업체들이 다른 마킹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며 “잉크 마킹 장비로 레이저 마커 수준의 공정 속도를 구현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증착 및 에처 장비·소재 공급 업체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는 초박막 증착·에칭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양산에 돌입한 브이(V) 낸드는 원자 단위까지 가공할 수 있는 장비·소재 기술이 쓰인다. 박막 가공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는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 기술도 기존 반도체 공정보다 훨씬 높은 정밀도가 요구된다. 반도체 구조가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바뀌면서 먼지·이물 등을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하다. 3차원 검사 기술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발견한 먼지·이물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메모리·시스템반도체 기술 및 구조가 완전히 바뀌면서 후방 산업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들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기술 국산화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김주연 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