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이 다른 빛의 얽힘 구현…양자컴퓨터 실용화 돌파구

한국과 이탈리아 국제 공동연구진이 파동성질의 빛과 입자성질의 빛 사이에 얽힘을 만들어냈다. 파동과 입자 두 가지 성질을 갖는 빛은 각각 정보 연산과 전송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향후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빛의 이종 얽힘 구현 방법
빛의 이종 얽힘 구현 방법

정현석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팀과 마르코 벨리니 이탈리아 광학연구소 박사팀은 양자 중첩의 원리를 이용해 양자 빛과 파동 빛의 얽힘을 만들어냈다.

얽힘이란 물리계가 서로 분리됐음에도 어느 한쪽의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쪽 상태도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현상을 뜻한다.

성질이 다른 빛의 얽힘은 실용적인 양자컴퓨터 구현에 중요하다. 파동성질의 빛은 전송이 어려우나 연산이나 측정이 원활하다. 반면 입자성질을 가진 양자 빛은 전송은 효율적이지만 연산이나 측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이들 둘이 얽히면 효율적인 전송과 정확한 연산이 가능해 양자컴퓨터 구현에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얽힘은 상호작용하지 않으려는 입자성질 빛 간의 강한 상호작용을 유도해야하기 때문에 구현이 어려웠다. 기존에도 둘의 상호작용을 유도할 수는 있었으나 얽힘을 만들 수는 없었다.

연구팀은 광자 하나를 각각 파동성질의 빛과 진공에 더하는 상황을 양자물리학적으로 중첩시키기 위해 광자가 어느 쪽에 더해졌는지의 정보를 지우는 방식을 이용했다. 단일 광자간 얽힘이 아닌 단일 광자와 성질이 다른 파동성질 빛과의 얽힘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한 중간단계로 양자 빛에 담긴 정보를 파동성질 빛으로 순간 이동시키는 연구에 도전할 계획이다.

정현석 교수는 “성질이 다른 두 물리계의 얽힘을 빛의 상태로 구현했다”면서 “파동과 입자 세계를 연결하고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를 실용적으로 구현하는 데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온라인판 23일자에 게재됐고, 7월 출간되는 논문의 표지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