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이재용은 한국의 희망이자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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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웃는 낯의 이 젊은 상속자는 한국의 희망이자, 동시에 최대 골칫거리다.”

블룸버그의 명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지난 23일자(현지시각) 기명 사설을 통해 밝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이다.

블룸버그, "이재용은 한국의 희망이자 문제"

‘삼성공화국에서 살아가기’(Living in the Republic of Samsung)라는 제목의 원고지 18.2매 분량의 이 칼럼에서, 페섹은 “시장은 이미 이 부회장을 삼성의 실질적 1인자로 인식하고 있다”며 “애널리스트와 투자자 모두 그가 삼성을 부디 잘 이끌어주기만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칼럼은 삼성을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에 빗대, 삼성의 추락은 곧 대한민국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묘사했다.

지난 1908년 설립돼 한 세기 이상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군림해온 GM은 지난 2009년 파산보호를 신청, 순식간에 미국 경제의 커다란 부담이 된 바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70개의 계열사가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그 누가 삼성의 번영을 바라지 않겠냐는 얘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전체 GDP의 2/3를 차지하는 삼성 등 5대 재벌과 이들의 노골적인 세습 관행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정권 초기부터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는 게 페섹의 주장이다.

그는 “지난주 한국을 순회하며 전체 고용의 87%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이 경제의 핵심이란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1300여개에 달하는 정부의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성장에 한계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재벌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경쟁관계에 있는 이들을 파괴시킬 수 있다. 구글·우버처럼 기존 질서에 반한 기업이 싹틀 수 없게 하는 것도 재벌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녀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경제발전의 상당 부분을 재벌에 의존한다. 지난해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 등 주요 재벌가를 만나 투자 확대 등을 부탁했다. 이는 다소 정신분열적(schizophrenic) 정책이라고 페섹은 일갈했다.

컬럼은 국가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재벌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보다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일본화’(Japanization)의 저자로 유명한 윌리엄 페섹은 주로 일본에 거주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치, 경제 및 시장 동향 등에 대한 글을 블룸버그에 게재하고 있다. 국내 영자지인 코리아헤럴드에도 사설을 연재 중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