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PWRS 2014, 포르쉐 22대 '골라타는 재미'

911 GT3부터 파나메라, 막내 마칸S까지… 전차종 서킷 주행

PWRS는 운전자의 실력 향상에 목적을 둔다. 물론 차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PWRS는 운전자의 실력 향상에 목적을 둔다. 물론 차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PWRS(Porsche World Road Show 2014)가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펼쳐졌다. 포르쉐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2년에 한 번 열린다. 독일 본사가 주관하기 때문에 행사에 동원되는 차종이나 강사들은 모두 ‘물 건너’ 왔다. 이번 PWRS에 모습을 드러낸 차종은 국내서 보기 어려운 GT3는 물론, 911 터보S, 카이맨, 박스터, 파나메라, 카이엔을 비롯해 최근 국내 출시돼 큰 관심을 모은 마칸 터보 등 총 22대에 이른다. 게다가 베일에 싸여진 스피드웨이를 달린다니 생각만 해도 즐겁다.

올바른 시팅 포지션에 대해 설명 중이다.
올바른 시팅 포지션에 대해 설명 중이다.

행사는 크게 네 가지 세션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본 운전교육과 서킷을 달려보는 ‘핸들링’, 급가속과 급제동을 체험하는 ‘브레이킹’, 일정하게 놓인 콘을 피해 코스를 돌아야 하는 ‘슬라럼’ 등이다. 실력이 들쑥날쑥한 여러 참가자들을 안전하게 인솔하는 강사들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은 행사가 끝나기 전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특별한 시간, ‘데모랩’을 마련했다. 이른바 ‘택시타임’ 이라고 부르는, 강사들의 운전실력을 온 몸으로 체험하며 비명을 질러대는 시간이다.

특히 핵심인 서킷주행(핸들링)은 차종별 특성에 맞게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911, 카이맨 등 2도어 스포츠카를 몰아볼 수 있는 스포츠카 핸들링, 고성능 GT카와 터보차를 몰아보는 GT, Turbo 핸들링, 마지막으로 파나메라와 카이엔 등 4도어 모델을 체험하는 4도어 핸들링 세션으로 구분된다.

포르쉐 카이맨. 미드십 구조로 밸런스가 뛰어나다.
포르쉐 카이맨. 미드십 구조로 밸런스가 뛰어나다.

▲ Handling / Sports Car

가장 먼저 탄 건 미드십 엔진(MR)을 탑재한 ‘카이맨(Cayman)’이다. 지난해 출시된 신형(3세대)은 구형보다 낮고 길어졌지만 더 가볍고 성능도 좋아졌다. 2.7리터 6기통 수평대향 엔진(박서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29.6kg.m의 성능을 자랑한다. 7단 PDK가 맞물리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5.6초가 걸린다. 카이맨은 구형도 밸런스가 꽤 좋았다. 안정감이 뛰어나서 오히려 서킷에선 ‘재미없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서킷이 짧고 커브가 많은 곳에서 유리한 차다. 핸들링이 경쾌하다. 운전을 즐기기엔 충분한 차다.

포르쉐 911 카레라 4S 카브리올레.
포르쉐 911 카레라 4S 카브리올레.

다음은 911 카레라 4S 카브리올레. 순간 가속력이 뛰어난 차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쭉쭉 뻗어나간다. 역시 911다웠다. 3.8리터 박서엔진이 차 뒤에 탑재됐고, 네 바퀴를 모두 굴려서 동력을 전달하는 구동방식을 쓴다. 최고출력은 400마력, 최대토크는 44.9kg.m에 달한다. 그리고 PTM(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이 단단한 차체와 함께 실력발휘를 하기 때문에 서킷의 연속 코너를 공략할 때에도 안정감이 뛰어나다. 아니, 핸들링이 즐겁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렇지만 카이맨과는 분명 다른 느낌의 즐거움이다. 무게중심과 성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브레이킹 실력도 수준급이다. 최고시속은 294km.

포르쉐 911 카레라 S
포르쉐 911 카레라 S

911 카레라 S를 이어 탔다. 핸들링 각도가 큰 코너에서 속도를 많이 줄이지 않으면 차 뒤가 스르륵 밀려나간다. 리어엔진 리어휠드라이브(RR)방식 차종의 특성이다. 이를 잘 이용하면 서킷 공략이 꽤나 즐거워진다. 성능은 앞서 탄 차와 같다. 그렇지만 차가 가볍고 구동방식의 특성이 달라서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핸들링 느낌은 카이맨보다 묵직하다.

포르쉐 카이맨 S
포르쉐 카이맨 S

이번 세션의 마지막은 카이맨S가 장식했다. 카이맨과 그릴 생김새가 다르다. 최고출력 325마력, 최대토크 37.8kg.m로 카이맨보다 힘이 센 게 특징이다. 확실히 911과 느낌이 다르다. 가속감은 덜하지만 운전이 조금 더 쉽다. 핸들링이 경쾌하다.

포르쉐 911 터보 S
포르쉐 911 터보 S

▲ Handling / GT, Turbo

다음은 보다 ‘쎈’ 녀석들을 탈 순서다. 앞서 탄 차들은 이번 세션을 위한 연습처럼 느껴질 만큼 쟁쟁한 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911 GT3, 911 터보 S, 파나메라 터보, 마칸 터보가 피트 앞에 줄지어 세워진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설렘을 줬다.

911 터보 S의 휠
911 터보 S의 휠

이번 세션에선 911 터보 S 를 먼저 탔다. 생김새부터 다른 911과 다른 느낌을 준다. 20인치 휠에 끼워진 타이어는 피렐리 P Zero. 휠 잠금 방식은 일반 차종과 다르다. 레이싱카처럼 가운데 잠금장치 하나만 잠그면 되는 센터록(Centerlock) 방식이다. 휠 사이로 보이는 큼지막한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가 위압감을 준다. 언제든 원하는 타이밍에 멈춰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듯하다. 차 뒷부분의 엔진 후드엔 멋진 리어윙이 설치됐다. 달릴 때 공기의 힘(다운포스)을 이용해 차 뒤를 눌러 타이어 접지력을 높일 수 있다.

성능은 그야말로 ‘괴물’이라 불릴 만하다. 최고 560마력의 출력을 뿜어내며, 최대토크는 71.4kg.m에 달한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온 몸으로 느껴지는 압력은 직접 타보지 않고선 상상하기 어렵다. 바닥에 누웠을 때 누군가 위에 올라와 몸을 짓누른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덴 겨우 3.1초가 필요하다. 최고시속도 318km에 달한다. 용인 서킷의 짧은 직선구간에서 속도계를 보니 순간적으로 바늘이 시속 220km를 넘어섰고, 순식간에 시속 60km까지 줄이며 코너를 가뿐히 공략할 수 있었다. 날카로움과 강력함을 두루 갖췄다. 포르쉐 기술의 결정체라 부르고 싶다. 주인공은 당연히 가솔린 직접분사 방식의 3.8리터 6기통 바이터보 엔진이다. 재밌는 건 국내 복합연비가 ℓ 당 7.6km에 달한다는 사실.

Porsche 911 GT3
Porsche 911 GT3

이번엔 자연흡기 모델의 최강자, 911 GT3를 탈 차례.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다. 서킷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차가 아닐까 싶다. 앞모양은 공기를 최대한 많이 빨아들이기 위한 구조다. 또 최대한 공기저항을 줄이며 강력한 다운포스를 내기 위해 앞범퍼 아래와 엔진룸 뒤에 스포일러를 달았다. 리어윙은 레이싱카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모양을 지녔다.

포르쉐 911 GT3의 클러스터. 회전계가 9000rpm 까지 올라갈 수 있음을 드러낸다.
포르쉐 911 GT3의 클러스터. 회전계가 9000rpm 까지 올라갈 수 있음을 드러낸다.

운전석에 앉아 계기반을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최고 9,000rpm에 이르는 높은 엔진 회전수를 쓸 수 있어서다. 이는 911 카레라 S와 같은 엔진을 기반으로 크랭크샤프트와 밸브 기어를 비롯, 대부분 부품들을 GT3 전용으로 개발해 탑재한 결과다. 물론, PDK(포르쉐 듀얼클러치) 변속기도 GT3 전용이다. 3.8리터 박서엔진이 뿜어내는 475마력과 44.9kg.m의 토크를 쉴 새 없이 노면에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200km에 도달하는 데 12초가 걸린다. 100km는 3.4초다.

포르쉐 911 GT3의 주행장면
포르쉐 911 GT3의 주행장면
포르쉐 GT3 실내
포르쉐 GT3 실내
911 GT3의 휠
911 GT3의 휠

시트는 당연히 버켓시트다. 몸이 고정돼 흔들리지 않는다. 트랙에 진입해 엔진 회전수를 높이자 등 너머로 폭발적인 사운드가 고막을 자극한다. 지금껏 듣던 소리와는 크기와 질 모두 다르다. 까랑까랑한 소리가 차에 탄 사람에겐 우월감을, 함께 달리는 차에겐 부러움과 위압감을 준다. 분명히 엄청나게 시끄러운 차가 맞지만, 듣기에 전혀 나쁘지 않다. 기어변속도 원하는 타이밍에 정확히 이뤄져 여러 코너가 우습게 여겨진다. 딱히 할 말이 없는 차다. 진정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선다. 타이어는 미쉐린의 초고성능 제품, 파일럿 스포츠 컵 2로, 마른 노면 전용이다.

마칸 터보.
마칸 터보.

다음 탄 차는 마칸 터보다. 순서가 잘못됐다. 따지고 보면 가장 먼저 탔어야 하지만 다른 사람이 먼저 타는 바람에 순서가 밀렸고, 그 결과 GT3를 탄 다음 마칸 터보를 타야 한다. 911 터보 S와 GT3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마칸에 올랐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차지만, 분명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어려웠다. 모든 운동능력에서 차이가 느껴졌다. 가속력은 그렇다 쳐도 특히 코너 진입 전 급한 제동력에서 차이가 컸다. PCCB와 일반 브레이크 시스템과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마칸 터보를 탈 때 눈높이는 GT3에 맞춰져 있었다. 마칸은 분명 좋은 차다. 핸들링 특성은 카이엔과 비슷하지만, 낮고 가벼워서 훨씬 날카롭고 경쾌하다. 3.6리터 바이터보 V6 엔진을 탑재해 최고 400마력과, 56.1kg.m의 힘을 낸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적용하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4.6초가 걸린다.

파나메라 터보
파나메라 터보

핸들링 세션의 마지막은 파나메라 터보였다. 4.8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520마력, 최대토크는 71.4kg.m다. 가속할 때 느낌이 참 좋다. 부드럽고 강력하다. 배기 사운드도 잘 튜닝됐다. 배기 스위치를 누르면 우렁찬 소리가, 한번 더 누르면 다시 얌전해진다. 그렇지만 차가 길어서 앞서 탄 911처럼 민첩한 코너링을 기대하면 안 된다. 물론, 일반적인 세단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훨씬 빠른 속도에서도 잘 돈다.

슬라럼 세션에 동원된 박스터.
슬라럼 세션에 동원된 박스터.

▲슬라럼

일정한 코스에서 장애물을 미끄러지듯이 피하면서 주행하는 슬라럼 세션은 차의 여러 특성을 파악하고, 운전자의 엑셀링, 핸들링 등 운전능력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다. 동원된 차는 박스터. 멋있고, 운전도 잘하는 강사 앤디(ANDY)가 코스를 설명했다. 슬라럼 세션은 1세션과 2세션으로 구성됐다. 슬라럼 1세션은 교육 체험 방식의 시승으로 진행됐고, 슬라럼 2세션은 기록 측정 방식으로 이뤄져 참가자들의 경쟁심을 부추겼다. 가장 관심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PWRS
PWRS

▲PWRS를 마치며…

PWRS는 서킷에서 포르쉐를 타고 경쟁하는 ‘레이스’가 아니다.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참가자들의 운전 실력을 키우고, 차를 즐기도록 돕는 데 목적을 뒀다. 기본 자세부터 핸들링, 브레이킹 교육과 이를 종합한 서킷 주행과 슬라럼 등의 프로그램을 거치며 운전자들의 실력은 분명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을 거라 본다. 무엇보다, 대부분 참가자들이 차종별 특성을 비교하며 안전하면서도 즐겁게 차를 탈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포르쉐를 즐기는 행사지만, PWRS는 단순히 그걸 넘어선다. 브랜드를 이해하고, 느끼는 그런 행사로서 사람들의 가슴 속에 기억됐기 때문에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용인(경기)=

박찬규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