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16나노 모바일 AP 개발 도전…승부수 던지나

대만 TSMC와 파운드리 협력

LG전자가 독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사업 강화를 위해 16나노 공정 제품 개발에 도전한다. 퀄컴 등 AP 협력사들에 대한 가격 협상 도구가 아닌 스마트폰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삼겠다는 뜻이어서 성공 여부가 주목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는 기존 28나노 공정에서 준비한 모바일 AP ‘오딘’에 이어 16나노 공정의 후속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앞서 28나노 공정과 마찬가지로 파운드리는 대만 TSMC와 협력한다. TSMC가 16나노 핀펫 공정 양산을 시작하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시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됐다.

10나노대 모바일 AP는 아직 퀄컴도 양산을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다. 퀄컴의 현재 주력 제품은 28나노 공정이며 내년 초 20나노 공정 AP가 실제 모바일 기기에 탑재될 전망이다.

퀄컴을 비롯한 AP 업체들은 20나노에 이어 10나노대 공정 AP를 개발 중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가 각각 16나노와 14나노 핀펫 공정을 준비하고 있다.

LG전자는 앞서 28나노 기반 오딘을 개발, 자사 스마트폰 탑재를 추진해왔다. 일정이 조금씩 지연됐지만 이르면 3분기, 늦어도 연내 독자 AP를 채택한 첫 스마트폰을 내놓는다는 목표다.

당초 업계는 퀄컴에 AP 전량을 의존하는 LG전자가 단일 수급 구조를 다변화기 위해 독자 AP를 개발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예상과 달리 LG전자는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하이엔드급 AP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독자 AP 사업에 힘을 실었다. 글로벌 선두 업체 흐름에 맞춰 16나노 AP 개발을 서두른다. 상징적인 의미의 독자 AP가 아니라 자사 스마트폰 경쟁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AP를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독자 AP의 성능을 계속 높여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가 계획대로 16나노 AP를 독자적으로 개발·양산한다면 LG뿐 아니라 한국 시스템반도체 산업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AP 사업을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자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도 탑재량이 줄어드는 형국이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LG전자의 모바일 AP 개발 역량과 파운드리를 제공하는 TSMC의 16나노 공정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탓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전자와 TSMC 모두 16나노 AP 공정을 테스트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측은 “차기 모바일 AP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