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하나銀-외환銀 통합논의 `가속도`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통합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도네시아 통합법인 사례를 보니 이제는 두 은행 간 통합을 논의할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하나銀-외환銀 통합논의 `가속도`

김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외환은행 통합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혼자 결정할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외화은행, 지주 이사회 등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그룹 차원에서 통합 관련 구체적인 방향이나 의사결정은 아직 없다”고 부연했다.

두 은행의 통합 발언은 최근 김 회장이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을 둘러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룹 내 최초 통합사례인 인도네시아법인은 지난 3월 통합을 마무리했다. 통합 전인 지난 2월과 통합 후인 6월을 비교하면 자산은 약 13%, 예금은 약 10% 증가했다.

권오훈 하나금융 전무(글로벌 전략 담당)는 “연말까지 대출 55%, 예수금 44% 증가할 것”이라며 “외환은행이 한국기업 위주로 하나은행이 현지기업과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상당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도 “통합 시 가장 우려가 많았던 인적 화합도, 오히려 시너지가 배가될 정도로 호흡이 잘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에 이어 중국 법인도 7월 예비인가를 받고 오는 10월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합 발언이 나온 기저에는 하나금융의 재무상황이 나빠진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2013년 4분기 순이익이 2012년 1분기 대비 각각 71%, 46% 수준에 그쳤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3530억원으로 지방은행인 부산은행(307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017년에는 적자전환도 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의 출발점이 되는 하나SK카드-외환카드의 합병에 대해서도 올 연말까지 마무리할 것이고 밝혔다.

김 회장은 “카드부문은 하나금융지주의 아킬레스건”이라며 “하나카드와 외환카드의 고객은 각각 600만명에 못 미쳐 경쟁력도 없고 이런 구조로는 여타 카드사에 영원히 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카드 합병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만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