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생태계 확장할 ‘공통플랫폼 표준’ 나온다

고사 상태에 빠진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 생태계를 대폭 확대할 수 있는 ‘네트워크 공통플랫폼 표준’이 최초로 개발된다. IBM이 PC 규격을 공개해 누구나 PC와 부품 제조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한 것처럼 네트워크 장비 생태계도 개방형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통신장비 업계에 따르면 업계 공통 사용을 위해 민·관·연 공동으로 추진하는 네트워크 공통플랫폼 표준 규격 개발이 9월 완료된다. 10월에 해당 표준을 따른 첫 장비(테라급 라우터)가 선을 보이고 12월에 표준 규격이 공식 발표된다. 올해 개발되는 표준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관련 표준은 내년에 정립될 예정이다.

국내 업체의 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 사이에 상호 호환성을 보장하는 게 공통플랫폼 표준 개발의 목적이다. 업체 간 협의를 거쳐 부품 사양과 외관, 크기, 소모 전력, 발열량, 인터페이스 등 시스템 구조와 서비스 요소의 표준 항목을 정의하는 방식이다.

현재 통신·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폐쇄적 전략을 고수하는 글로벌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고가의 특정 장비와 기술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대적으로 사업 기반이 열악한 국내 업체에는 시장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글로벌 제조사는 기업에 쓰이는 장비 대부분을 공급하는 반면에 국내 업체는 중소형 제품으로만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제조사 간 공통플랫폼 부재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표준화가 안 되면 국내 중소기업의 성장도 어렵다. 업체별로 자체 개발 기술을 사용하다 보니 연구개발(R&D) 중복 투자, 개발비 증가 등 악순환이 이어진다. 통신사는 손쉽게 새로운 장비를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하지만 장비의 폐쇄적 구조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다양한 네트워크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공통플랫폼 표준이 생기면 저가의 범용 하드웨어로 누구나 경쟁을 펼칠 수 있다. 통신사와 장비 업체, 부품 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IBM이 PC 규격을 공개한 이후 칩, 메모리 제조사 등 거대한 PC 생태계가 생겨난 것과 마찬가지다.

공통플랫폼 표준 개발에는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통신 3사와 유비쿼스, 다산네트웍스, 파이오링크, 인티게이트, 오이솔루션, 우리넷, 한드림넷, 코위버 등 국내 장비업체가 참여 중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내에 실무반인 ‘워킹그룹 2201’을 꾸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올 초 공통플랫폼을 논의를 시작했고 지난 3월 네트워크 상생발전협의회가 12대 추진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TTA는 공통플랫폼 표준 규격을 단체표준으로 제정한 후 내년엔 국가 표준인 방송통신표준(KCS)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신명기 ETRI 실장은 “대만도 인텔 CPU를 기반으로 공통 하드웨어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데 오픈소스만 올리면 방화벽 등의 장비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며 “이는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같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는 기술이 나오면서 가능해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가의 공용 하드웨어로 용량과 속도를 보장하고 유연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게 통신사들의 장비 구매 조건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국내 장비 업체 간 협력 라인업을 구축하고 장비 간 호환성이 보장되는 표준 규격과 장비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 공통플랫폼 표준 개발 참여 기관 및 업체
자료:ETRI

네트워크 생태계 확장할 ‘공통플랫폼 표준’ 나온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