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구진, 음파 이용해 외부서 소화기관 촬영 성공

내시경 대신 엑스레이를 찍는 것처럼 고해상도로 소화기관을 찍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영상기술이 개발됐다.

김철홍·전만식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팀은 미국 버팔로 뉴욕주립대 조나단 로벨, 위스콘신주립대 웨이보 카이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차세대 광음향 의료영상기기와 맞춤형 유기 나노입자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비침습·비방사선·고감도·고해상도 소화기관 영상 기술을 개발, 생체 내 영상 촬영에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김철홍 교수
김철홍 교수

인체에 전혀 해를 주지 않으면서 기존 영상 촬영법보다 간단하게 소화기관을 촬영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Technology)’ 온라인판 6일자에 소개됐다.

번개가 치면 천둥소리가 들려오는 현상과 같은 광음향은 물질이 빛을 흡수하면 광에너지가 열로 변하는 단계에서 기체에 음파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을 이용한 광음향 의료 영상기술은 세계시장 규모가 오는 2016년 1억2000만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기술이다.

짧은 펄스의 레이저를 생체조직을 투사하면 광음향 신호가 발생되고, 이 신호는 기존의 초음파기기를 통해 감지된다. 이 기술은 실제 사람의 눈이 감지할 수 있는 다양한 색깔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고감도일 뿐 아니라, 내시경 등의 기기를 몸에 넣지 않고도 인체 내 깊은 곳까지 볼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다.

무엇보다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엑스레이나 CT에 비해 안전하다. 또 MRI와 달리 값싼 레이저와 초음파 기반 기술로 촬영해 바로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계면활성자를 이용, 광음향 장치를 위한 20㎚ 크기의 유기 나노입자(나노냅)를 개발했으며, 이 입자를 이용한 실시간 광음향·초음파 융합 영상기기를 통해 생체 내 소화기관의 구조, 생리학적 기능을 고감도, 고해상도의 영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냅은 독성이 없을 뿐 아니라 소화관에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대변으로 배출돼 생체 내에 축적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철홍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신개념 나노입자와 광음향·초음파 융합영상기기를 이용해 세계 최초 소화기관 영상 촬영에 성공한 것”이라며 “광음향 영상의료기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IT명품인재양성사업과 선도연구센터(ERC)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