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삼성 의도된 어닝쇼크" 의혹 제기 잇따라

삼성전자의 2분기 어닝쇼크를 놓고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외신 분석이 잇따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정확한 수요예측과 실시간 재고관리로 정평이 높은 삼성전자가 이에 실패했다고 자인한 것을 두고 의혹이 집중됐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에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 형국이다.

13일 AP통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2분기 휴대폰 실적악화에 대해 삼성전자가 “재고관리에 실패했다”고 자인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이들 외신은 해외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2분기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는 스마트폰의 적은 수요를 예측하고 대응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다니엘 김 맥쿼리 연구원은 “유럽과 중국에서는 재고가 소진되지 않았고 이들 기기의 높은 생산비용은 영업이익 하락에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케온 한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도 “삼성이 중국에서 재고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니엘 김 연구원은 “이 같은 미비한 재고관리는 삼성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외신 "삼성 의도된 어닝쇼크" 의혹 제기 잇따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고관리의 실패에 대해 “예측은 했지만 대응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자사 제품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시장 장악력을 약화시켰고 재고관리 순발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가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는 해외 애널리스트 분석도 나왔다. 외신들은 이번 실적부진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노출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하며 이재용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좋은 유통관리시스템(SCM)을 갖추고도 2분기 과도한 재고떨이를 단행한 것을 두고 이재용 체제 등장의 포석으로도 해석했다. 실적하락을 방어하려면 마케팅비를 줄여 영업이익 감소세를 완만하게 가져 갈 수 있지만, 2분기 모든 부실을 털어낸 것에 주목한 것이다.

3분기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 출범에 맞춰 극적인 실적 개선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3분기 실적이 급격히 반등하면 이 부회장에게 쏟아지는 경영능력 의구심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이 실적 악화 이후 제기한 조직 긴장감 제고와 구조조정을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을 인용 보도한 외신도 적지 않았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