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유리를 밝게 어둡게 내 맘대로...`스마트 윈도`가 뜬다

날씨따라 선루프 자동 세팅, 내비는 헤드업디스플레이로

직장인 A씨는 차를 타고 외출할 때 따로 내비게이션을 챙기지 않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덕분에 전면 유리창에 직접 경로 안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돼 안전성까지 뛰어나다. 햇볕이 따가워지자 파노라마 선루프를 ‘진한 검정’으로 세팅한다. 햇살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밤에는 선루프를 다시 투명하게 바꾸자 별이 가득한 하늘이 보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뒷차가 상향등을 켜고 바짝 쫓아오지만 사이드미러가 빛을 흡수해 눈부심 없이 안전하게 귀가한다.

자동차 유리창(거울)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시야를 확보해주고 바람을 막아주던 수동적 기능에서 벗어나 첨단 전기·전자 기술을 입은 ‘스마트 윈도’로 거듭나고 있다. 고급차를 중심으로 적용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 윈도는 자동차용 유리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스마트 윈도 기술은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투사기에서 나온 영상을 반사판에 반사시켜 운전자 전면 유리창에 허상을 만들어준다. 지금은 좁은 영역에 속도와 방향 등 단순한 정보만 표시할 수 있지만, 더 넓은 면적에 많은 정보를 뚜렷하게 표시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GM과 BMW, 렉서스 차량과 기아차 K9 등에 적용되고 있다.

현재 극소수 차량에만 적용되고 있거나 적용이 검토되고 있지만 향후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각광 받는 기술은 ‘전기변색방식(Electrochromic·EC)’과 ‘분극입자방식(Suspended Particle Display·SPD)’이다. 두 기술은 전기를 흘려준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작동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벤츠 매직 스카이 컨트롤
벤츠 매직 스카이 컨트롤

전기변색방식은 두 장의 유리판 사이에 특수한 전기변색물질을 주입하고 전압을 주면 착색되는 기술을 이용했다. 전기 사용량이 적고 광흡수 성질이 뛰어나 선루프나 사이드미러 등에 주로 사용된다. 미국 젠텍스나 프랑스 생고방 사가 이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대표적인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SLK 350, SLK 55 AMG 등이다. 벤츠는 ‘매직 스카이 컨트롤’이라는 이름으로 색상이 변하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적용했다.

분극입자방식은 유리판 사이에 있는 특수 입자들이 보통 상태에서는 무작위로 배열돼 빛을 반사하지만, 전압을 주면 질서가 생기면서 빛을 통과시킨다. 넓은 온도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고 응답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BMW가 2012년 파리모터쇼에서 이 기술을 적용한 파노라마 선루프를 채택한 액티브 투어러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이밖에 고분자·액정 복합필름 등 첨단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나 비싼 가격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노마켓이 2012년 발행한 ‘스마트 윈도 마켓 2010’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더욱 진보된 기술이 등장하고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주도 자동차 시장 성장으로 스마트 윈도 관련 시장이 2017년 6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