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전광판…2000억짜리 블루오션

지하철 전광판…2000억짜리 블루오션

도시민의 발인 도시철도가 상업용 디스플레이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설노선 확충과 노후전동차 교체로 운행현황 등을 안내하기 위한 풀 컬러 디스플레이 전광판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수반된 시스템 개발과 해외 철도시장의 성장 속도도 가파르게 올라 국내 기준으로만 2000억원 규모의 ‘철도 특수’가 기대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개통이 예정된 도시철도 노선(설계단계 제외)은 수도권 13개, 부산 2개, 대구 1개 등 16개 노선 153개 역에 이른다. 지난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를 계기로 서울시가 2022년까지 8775억원을 들여 2호선과 3호선 노후전동차 650량을 교체하기로 하는 등 신규 전동차 수요와 기존 3색 도트형 전광판 교체 수요도 계속될 전망이다.

각 역과 열차에는 운행정보, 광고 등을 표출하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된다. 지난 8일 광주도시철도공사가 발표한 입찰 공고를 보면 보통 1개 역의 승강장과 대합실에는 40인치 풀HD(1920×1080) LCD가 10대씩 들어가며, 객차에는 1량당 8대의 17인치 LCD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가 발표한 5월 패널 시세에 따르면 40인치, 17인치 패널은 각각 장당 145달러, 56.2달러로 1개 역당 1450달러(약 150만원), 8량 기준 열차에 3600달러(약 370만원)어치가 쓰이는 셈이다.

향후 정확한 수요는 발주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업계는 개통이 예정된 16개 노선 역사에 1200~1300장, 서울시가 교체를 예정하고 있는 650량에만 5200장의 디스플레이가 설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신규노선 전동차와 기존 전동차·역사 개량분, 서울경전철 등 신설노선 확충분까지 더하면 신규 물량은 수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도시철도 디스플레이는 패널 비용 외에도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이 수반돼 사업 규모가 노선당 평균 100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관제센터에서 생성한 각종 정보들을 영상화하고 각 역과 열차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철한 미디어셋 솔루션연구실 과장은 “열차 운행상태와 시간표 등 각종 정보를 영상화하는 시스템을 각 노선, 운영기관에 맞게 개발·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가 2009년 자체 개발한 열차운행정보시스템은 서울메트로(1·3·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에 설치된 풀 컬러 디스플레이에 쓰이고 있다.

시장 규모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시설부문 관계자는 “(2012년 4개 노선의 풀 컬러 디스플레이 교체사업에) 600억원이 투입됐다”며 “디스플레이 설치에 수반되는 소프트웨어 개발, 통신망 구축, 시공 등에도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경쟁력과 중소기업들의 우수한 시스템, 풍부한 운영경험을 종합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신흥국의 신규노선 건설과 선진국의 노후노선 개량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