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돈더미, 빚더미 그리고 삼성전자

[데스크라인]돈더미, 빚더미 그리고 삼성전자

돈은 우리 사회의 영원한 화두다. 사회적 행위를 유발하는 동인이다. 세월호에서 평형수를 뺀 기업주의 탐욕도, 단가인하 압력을 넣는 대기업 구매담당자의 행위도 다 돈과 관련돼 있다. 뇌물 등 화이트칼라 범죄 역시 상당 부분 돈이 문제다.

돈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성격과 특징을 가지지 않는다. 몰개성적이고 비인격적이다. 하지만 많고 적음의 대소 관계가 결정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량에 따라 인간은 돈의 노예가 된다. 가진 자와 없는 자들의 삶의 반경이 달라지고, 만나고 즐기고 먹고 자는 사회 문화적 삶의 질도 결정된다.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지금 활력을 잃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답은 간단하다.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면, 박근혜정부의 규제개혁 조치를 통해 친기업 환경에서 돌고 있다.

그런데도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전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하다. MB정부서 곧잘 써먹었던 투자가 늘면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사람들의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이른바 ‘낙수효과이론’은 폐기처분 대상이다.

각 경제주체들의 활동은 사회에 이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기보다 ‘빈익부 부익부’ ‘양극화’를 극대화하고 있다. 신성한 노동보다는 돈이 부를 창출하는 구조도 고착화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은 개점휴업이다. 시장은 자체 정화기능을 상실했다. 우리 경제의 평형수는 이미 증발했다. 정부가 개입할 시점이 된 것이다.

생산 소비 등 경제 각 주체들에게서 대사증후군이 감지된다. 부자들은 금고에 5만원짜리 지폐를 쌓아두는데도 서민들은 500원짜리 동전을 싹싹 끌어다 쓸 만큼 상황이 변했다. 대기업들은 현금성자산을 포함한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조변석개식 정부 정책이 투자결정을 주저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신수종 사업에 대한 불확신도 한몫했을 것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1분기 말 기준으로 158조4000억원을 갖고 있다. 불과 5년 전보다 87조원가량 엄청나게 늘었다.

반면에 중소기업들은 당장 월급 주기도 벅찬 게 현실이다. 투자는 사치에 가깝다. 유리알 공급망관리(SCM) 때문에 딱 먹고 살 만큼만 벌 수 있다. 단가인하 위협이 대표적이다.

2014년 여름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돈의 노예가 돼 가고 있다. 가진 자는 가진 자대로, 없는 자는 없는 대로 이유는 다양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돈에 철저히 지배당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 시즌2 카드를 꺼내들 때가 됐다. 이제는 경제 민주화라는 거창한 구호도 사치가 됐다. 시장에 돈이 돌게 만들어야 한다. 빚더미에서 허우적대는 가계를 구출해야 한다. 돈더미에서 정부와 신경전을 펼치는 대기업이 돈을 풀게 해야 한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칼을 들이댔던 ‘공기업 개혁’이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것을 상기하자. 대통령의 여름휴가 구상에 대한민국을 돈의 노예에서 탈피시키는 안이 담겼으면 한다. 대한민국 최고 부자기업 삼성전자 역시 우리 사회의 평형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김원석 글로벌뉴스부 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