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임원진 갈등, 내부 조직으로 확전…감사부 VS IT본부 ‘폭로전`

‘주전산기 교체’로 촉발된 KB금융지주·은행의 최고위 경영진 갈등이 내부 조직으로 확전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KB국민은행 내부 감사부와 IT본부 간 대립이 진실 공방을 넘어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전산기 변경 실무를 담당했던 KB국민은행 IT본부는 사내 감사부가 발표한 내용을 뒤엎는 반박자료를 만들어 최근 금감원에 제출했다. 내부 감사과정에서 인권 침해 수준의 조사가 있었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며 감사부를 정조준했다.

지난 4월 28일, 정병기 상임감사는 IT본부 대상으로 사내감사를 실시했다.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감사결과를 담은 감사보고서를 만들어 금융감독원에 제출했고 주전산기 교체 갈등이 외부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내부 감사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주전산기 전환 의사결정과정에서 KB금융지주의 부당한 개입 △BMT(벤치마크테스트) 결과 왜곡 △IBM 제안가격 왜곡(과다 산정) △성능, 용량 검증결과 왜곡 의견을 냈다. IT본부가 주전산장비 교체 과정에서 절차와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임의대로 성능테스트까지 조작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감사부는 주전산기 선정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금융지주사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KB금융지주 임원이 주전산기 관련 컨설팅 보고서에 적시된 유닉스 전환리스크 부분을 고의로 삭제하고 유닉스 전환이 대세라는 내용의 동향을 첨부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히지만 IT본부는 감사부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정면 반박하는 별도 보고서를 만들어 맞불을 놓았다. IT본부는 E&Y컨설팅이 4개월간 용역을 거쳐 최종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유닉스 전환 시 전환리스크 발생가능성과 그에 따른 전환위험 부담비용을 뚜렷한 근거 없이 추정해 산출했다고 주장했다. 발생 가능성을 ‘높음’ ‘중간’ ‘낮음’ 3단계로 분류하고 전환 리스크금액도 총전환비용 대비 5~20%라는 근거 단순추정치만 제시해 보고서가 신빙성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전환리스크 금액은 BMT에서 확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에 문제가 없다고 부연했다. IT본부 한 관계자는 “신뢰할 수 없는 전환리스크를 단순추정치로 보고하는 것이 오히려 비상식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BMT결과 왜곡에도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감사부는 IT본부에서 BMT 수행 시 시스템 성능, 용량 확장성, 안정성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축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또 BMT 과정에서 일부 핵심 테스트를 누락하고 BMT 반영 예산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CPU 과부하 시 안정성 테스트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IT본부는 IBM과 오라클, HP 경쟁 구도에서 BMT 기준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고, 결과 또한 IBM이 인정했는데 왜곡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17개 검증 항목 중 리스크가 낮은 7개 항목은 미수행으로 보고했고 은행장과 상임감사에게도 보고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검증하지 못한 상황 발생에 대비해 제안요청서에 ‘프로젝트 중간에 처리성능을 측정해 KB(은행+카드) 성능목표치(초당 3760건, 0.3초 이내)에 미달될 경우 사업자가 부족한 용량을 무제한 공급’하는 대비책도 이미 협의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감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양측 간 공방은 폭로전 형태로 치닫고 있다. 일부 IT본부 인력은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업무와 관련 없는 개인 이메일, 전화 통화목록, 문자메시지까지 조사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감사부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부서 간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이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표]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부서간 핵심 쟁점
*자료: KB국민은행, KB금융지주,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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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