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블랙박스 시장 정점 지났다...공급과잉으로 경영난 `허덕`

출혈경쟁 못 버틴 영세 업체들 벼랑 끝 내몰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연도별 국내 차량 블랙박스 판매량(단위:만대)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이 위기에 처했다. 정점을 지난 시장이 축소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혈경쟁을 버티지 못한 다수의 영세 업체들이 이 상황을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올해 공급과잉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블랙박스 시장은 2012년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 240만대·3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그러나 올해는 200만대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한 블랙박스 업체 부장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차를 보유하면서도 블랙박스를 찾지 않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고질적인 품질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올해는 판매량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품질 문제는 소비자가 블랙박스로부터 등을 돌리게 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등록된 블랙박스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2011년 1100건에서 지난해 3686건으로 2년 만에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660건이 등록됐다. 물건만 팔고 품질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것이다.

당장 CJ오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은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블랙박스 판매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고 있다.

국내 블랙박스 시장은 기술 장벽이 낮은 탓에 200여개 업체가 난립하는 ‘기형적 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다보니 과도한 마케팅비용 지출이나 터무니없는 저가 공세 등 비정상적 출혈경쟁이 펼쳐졌다. 국내 시장의 40% 정도가 10만원 이하 저가상품으로 추정된다.

시장이 급성장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시장이 줄어들자 더 이상 기형적 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영세 업체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에 위치한 A 업체는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됐다. 이 업체는 돈만 받고 물건을 만들어주지 못하면서 소송 사건까지 휘말렸다.

한 블랙박스 업체 사장은 “블랙박스 업체 대부분은 영세한 개발환경과 자금 부족 등으로 지속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심각한 가격 인하 압박까지 받고 있다”면서 “경영 악화에 따른 부도설이 업계에 팽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도별 국내 차량 블랙박스 판매량 / 자료:업계 종합>



연도별 국내 차량 블랙박스 판매량 / 자료:업계 종합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