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가상화, R&D는 끝났다]<하>상용화 앞당기기 위한 방안은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해 초 내놓은 전망 보고서에서 2015년까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에 영향을 받는 세계 네트워크 시장 규모가 4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체 네트워크 시장의 30% 이상으로 연간 성장률은 2016년까지 평균 145.5%로 점쳤다.

영국의 리서치업체인 인피니티리서치는 세계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시장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51.57%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대역폭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천문학적 증가가 시장 성장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시장조사업체와 컨설팅 회사들은 모두 3~4년 내 네트워크 가상화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상했다. 상용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상용화를 앞당길수록 우리 기업 경쟁력은 높아지고 사업 기회도 늘어난다. 해외 진출에 필요한 레퍼런스 확보를 위해서라도 상용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구개발(R&D) 수준을 벗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단연 ‘예산 확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은 여력이 없기 때문에 정부와 대기업에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생태계가 조성되면 관련 업체와 인력도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내년 우리나라 ICT R&D 예산은 올해보다 5%가량, 네트워크 분야는 10% 이상 줄 전망이어서 관련 업계 근심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을 인큐베이팅 하는 대기업의 새로운 투자 전략도 필요하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버라이즌은 지난해 초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영세했던 한 벤처에 엔지니어 60명을 투입했다. 1년 후 해당 벤처는 뛰어난 네트워크 가상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해당 아이디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이디어를 고안해낸 사람이다’ ‘단순한 인수합병(M&A)으로는 벤처 잠재능력을 무한대로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게 버라이즌의 판단이었다.

중소기업 기술을 트집 잡아 깎아내리거나 베끼기에 급급한 국내 대기업의 투자 자세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박성용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쿨클라우드 대표)는 “초기 아이디어 단계부터 대기업이 벤처를 지원하면 벤처는 기술개발에 탄력을 받게 되고 대기업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새로운 투자 방식이 네트워크 가상화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