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장서 삼성 빠지자, 중소·중견기업 생기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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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시장서 삼성 빠지자, 중소·중견기업 생기 돈다

PC에 대한 중소기업 간 경쟁제도 지정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경제 허리를 담당할 중견기업 육성에도 일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 물량이 빠진 자리를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면서 성장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22일 업계와 국가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1일 현재 삼보컴퓨터와 대우루컴즈 두 곳의 데스크톱PC(일체형 PC 포함·이하 PC) 공공시장에서의 조달규모는 각각 651억원과 468억원으로 삼성전자의 374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중기 간 경쟁제도 시행 이전인 2012년 삼성전자 PC 조달규모는 전체의 49%(이하 수량 기준)인 1644억원에 달했다. 당시 삼보컴퓨터와 대우루컴즈는 전체 시장의 8.6%와 5.7%인 292억원과 170억원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삼보컴퓨터는 중기 간 경쟁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해 워크아웃 졸업 후 처음 매출 1000억원대로 복귀했으며 대우루컴즈는 올가을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바라본다. PC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안팎인 에이텍을 포함하면 성장 정체기인 PC시장에서 1000억원대 중소기업이 세 곳에 달하는 셈이다.

이들 이외에도 인지도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매출을 늘리며 두각을 나타낸다. 장애인 주축의 사회적기업인 레드스톤시스템은 2012년 매출 38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78억원 올해는 130억원을 바라본다. 레드스톤시스템의 PC 조달규모는 2012년 19억원, 2013년 42억원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이달 21일 기준 71억원이다.

박치영 레드스톤시스템 대표는 “중소 PC업계는 국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 상당히 기여한다”며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 제공과 납기를 맞추고자 노력을 기울여 수주 실적이 늘었다”고 말했다.

여성기업인인 이숙영 컴트리 대표도 “좋은 제품이 있어도 대기업 영업방식을 따라갈 방법이 없다”며 “중기 간 경쟁제도는 중소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컴트리의 PC 조달물량은 올해 들어 21일까지 24억원으로 지난해의 5억3000만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이 밖에 늑대와여우컴퓨터, 그린씨앤씨, 티컴, 다이나젠, 신화정보 등의 올 수주물량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거나 육박한다.


[뉴스해설]

논란이 많았던 데스크톱PC 중기 간 경쟁제품 지정은 우려와 달리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이병권 중소기업청 공공구매판로과장은 “단기간임에도 참여 중소기업이 늘고 매출도 증가하는 등 빠르게 효과가 나타난다”며 “몇몇 중소기업 쏠림이 나타난다고 하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며 과거 대기업 독점과 비교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양산업으로 불리는 PC시장에 뛰어드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조달컴퓨터협회에 따르면 2012년 PC조달 참여기업은 13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8곳, 올해는 21곳으로 늘었다. 최근에도 컴윈·벨트로텍·스마트인디지털·아이코다 네 곳이 시장 참여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는 없다. 중소기업이 대거 시장에 뛰어들면서 출혈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올해도 손실을 감수하는 출혈 입찰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대기업 참여가 원천 차단되는 내년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조달사업에서는 ‘90% 하한 입찰제’가 적용된다. 최초 나라장터에 제품 등록 가격과 비교해 90% 이상을 적어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최초 등록가격을 낮추는 방법으로 저가 입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선두 중소업체 한 관계자는 “중기 간 경쟁제도가 중소기업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 만큼 중소업계 간 무리한 경쟁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그럼에도 출혈 경쟁 양상이 나타날 수 있어 조달 가격 범위를 정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졸업 예정기업의 철저한 관리와 지원도 필요하다. 졸업과 함께 조달시장 참여가 제한되면 기업 경영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삼보컴퓨터·대우루컴즈·에이텍 등이 내년부터는 중소기업 졸업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권 중기청 과장은 “연초 제도를 개정해 조달 비중이 큰 기업은 중소기업 졸업 3년 유예와 별도로 추가 3년간은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들 기업이 민수시장 준비를 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데스크톱PC(일체형PC 포함) 주요업체별 조달실적 추이(단위:대, 원) ※자료:업계 및 나라장터(2014년은 7월21일 현재)>


데스크톱PC(일체형PC 포함) 주요업체별 조달실적 추이(단위:대, 원) ※자료:업계 및 나라장터(2014년은 7월21일 현재)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