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블랙박스업계 수출로 체질 빨리 바꿔야

차량용 블랙박스 업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 국내 수요는 이미 정점을 지났다. 200여개 업체가 난립했다. 수익성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악화됐다. 부도설까지 나돌 정도니 시장과 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블랙박스는 차량사고와 보험사기의 증거 및 예방 수단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올해 들어 성장세가 급격히 꺾였다. 웬만한 차량 소유자가 장착을 하면서 수요가 둔화가 아닌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공급 업체는 너무 많아 이미 저가 출혈경쟁이 벌어진 터다. 상위 몇 개 업체를 제외하곤 블랙박스 업계 전체가 무너질 판이다.

블랙박스는 기술 장벽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업체도 난립했다. 다른 기술제조산업과 비교해 산업 연관 효과도 작다. 그래도 그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용을 창출했다. 구조조정이 되면 이로 인한 임금체불과 실업이 잇따를까 걱정이다. 업계가 함께 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이미 수요 포화 얘기가 나돌지만 외국에서는 성장세를 탄 시장이다. 각국 정부가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품질과 기능에서 제품력이 있는 업체라면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할 좋은 기회다. 업계도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2~3년 전부터 수출 노력을 해왔다. 이 기업들이 빨리 결실을 거둬야 산업도 살아남는다. 상위 업체는 고품질, 고기능 제품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영세 업체는 수출용 저가 제품을 생산해 상위업체에 공급하는 긍정적 의미의 업계 구조조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위 업체도 중소기업이라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당장 해외 판로 개척부터 쉽지 않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역할이 필요한 대목이다. 수출 추진 업체들을 끌어모아 협의체를 구성해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업체들은 사활이 걸린 만큼 저마다 해외 시장용 고품질 제품 개발과 판로 개척에 집중하는 한편 공동 협력도 모색해야 한다. 이제 막 커가는 해외 시장을 중국 업체들에게 다 빼앗기기 전에 서두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