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혁신, 소재에 달렸다

‘경박단소’ ‘고해상도’ ‘대면적화’ 3대 키워드로 달려온 디스플레이 산업이 최근 기술 발전의 정점에 다다르면서 혁신에 제동이 걸렸다. 더 이상 외형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원가를 줄이고 디스플레이 본질적인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재 발굴이 업계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업계는 근래 시장 돌파구를 위해 소재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LCD는 생산 공정이 대부분 표준화되면서 후발 주자들도 투자 여력만 있으면 뛰어들 수 있게 됐다. LCD 시장 외형적으로도 더 이상의 발전은 큰 의미가 없을 정도다. TV 크기는 110인치까지 커졌으며, 두께는 소형의 경우 1mm대까지 얇아졌다. 경박단소·대면적화의 한계에 부딪힌 셈이다. 해상도 또한 콘텐츠를 뛰어넘는 상황까지 왔다. 최근 LCD 업계가 색재현성과 명암비 등 영상 본질적인 기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이유다.

이런 기능들을 개선하는 데는 새로 개발되는 소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LCD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비해 색재현성과 명암비 측면에서 뒤떨어진다. 색재현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퀀텀닷(QD) 필름이 등장했다. 쓰리엠·나노시스가 양산에 들어가면서 QD 필름의 성능은 입증이 됐으며,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카드뮴 없는 QD 필름까지도 조만간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LCD 구조를 그대로 두면서 색재현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명암비를 끌어올리는 광(UV)배향 역시 소재 혁신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 광배향 장비는 이미 몇년 전 개발됐으나 소재 성능이 나오지 않아 성공하지 못했다. 최근 JSR·닛산화학공업·치소(JNC) 등 일본 소재 기업들이 광배향 소재를 개발하면서 LCD 시장 화두로 떠올랐다. 이 기술은 러빙 방식이 아닌 광 조사를 통해 액정을 배열하고, 빛샘을 최소화해 높은 명암비를 얻을 수 있다. 또 액정의 선경사각(pretilt)이 0에 가까워 보는 방향과 관계 없이 균일한 시감 특성을 가질 수 있다.

OLED 개선도 소재 혁신에 달렸다. OLED TV의 가장 큰 과제는 수명과 열 발생인데, 이는 발광 소재 효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소재 사용량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기술도 OLED TV 시장에서 검토하는 과제다. OLED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프린팅 방식 역시 프린팅 소재 개발이 최우선 숙제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 정체기에 달한 디스플레이 산업이 다시 한번 혁신하기 위해서는 소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소재 발굴에 따라서는 기존 설비나 장비 등도 대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