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시름에 빠진 금융당국, IT기업의 금융진입 ‘어떻게 풀것인가`

지난 23일 금융위원회 주재 비공개 회의가 열렸다. 6개 카드사 임원과 금융위, 금감원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온라인 결제 환경’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천송이 코트’로 촉발된 공인인증서 문제 외에도 알리페이, 카카오 등 거대 IT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을 어떻게 볼 것인지 현장 목소리를 모아보자는 시도였다.

금융당국이 최근 불거진 IT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에 대한 깊은 장고에 빠졌다. 한국의 카카오, 중국 알리페이, 미국의 페이팔과 아마존 등 별도 결제시스템을 보유한 이들의 진입을 가로막을지, 혹은 시장 자율에 맡길지 복잡하게 얽힌 모바일결제 환경을 두고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 IT기업은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 금융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 전반에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근거로 ‘보안’과 ‘종속’ 문제를 꺼내들었다. 전통 금융사는 IT기업이 정보 유통망을 장악하면서 금융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거대한 플랫폼 사업자로 확대되는 걸 두려워하는 눈치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이들이 국내에 진입할 경우, 국내 금융업 자체가 직격탄을 맞을 기로에 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뱅크월렛 카카오에 대해 “차후 시장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며 잠식은 시간문제”라며 “카카오톡이 마치 인터넷 업계의 ‘네이버’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보안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가 명확치 않고, 국내 실정법인 전자금융거래법, 여신전문금융업 위반 소지가 많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반면에 이들 IT기업은 갈라파고스 같은 규제를 풀어달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은산규정이 매우 강해 외국 사례와 같이 IT기업이 은행업 면허 취득을 통해 예금수취, 금융상품 판매 등 업무 범위를 넓힐 수 없는 환경구조다.

세계적인 전자결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IT기업의 진출을 기회요인으로 삼아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단, 금융당국의 새 IT융합서비스 ‘폐쇄’ 조치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새로운 서비스로 인한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자칫 이유 없이 힘을 과시하는 차단성 통제가 되거나 타당한 이유를 갖지 못할 경우 국제 분쟁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보안 문제를 내세워 차단은 하지만 실제 금감원 내부에 보안 전문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왜 막느냐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전통 금융사와 금융당국은 진입장벽을 풀어야 할지, 막아야 할지 이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최근 영국과 중국 정부는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IT업체의 금융업 진출을 적극 허용하고 있다. 대안적 금융거래 방식 수요가 증가할 경우 관련 금융당국도 현재와 같은 입장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들 IT기업의 성장세가 현실화 될 경우, 국내 금융권이 상생을 위한 윈윈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IT기업의 결제 플랫폼을 십분 활용해 각종 수수료를 분배하고, 새 수익 채널로 활용하는 ‘묘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실효성 있는 규제완화와 새로운 서비스 도입 등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