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법 처리 지연…업계 속앓이

영화계 현안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으로 영화업계의 속앓이가 심해지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문화융성 의지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영화발전기금 부과 기간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진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며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영진법은 정부의 문화융성 기조에 맞춰 올해 1월부터 총 6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5건은 3~6개월 동안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의안은 최근 상정된 것이다.

계류 법안 처리가 시급한 이유는 연말 종료를 앞둔 영화발전기금 부과 기간 연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대와 달리 상반기 법안이 처리되지 않아 당장 내년부터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이 2월 기간 연장 내용을 담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소위 상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안은 영화산업 종사자 복지 향상 내용을 담고 있으나 6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법안은 영화노사정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영화근로자 표준임금 지침을 마련·보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2월 소위에 상정됐지만 “표준임금지침을 강제하는 것은 사인 간 계약내용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은 후 진전이 없다.

이외에도 영화산업 종사자가 공동 출자하는 협동조합을 영화발전기금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정확한 영화 상영시간을 미리 관람객에게 공지하고 상영시간 내에 광고 영화를 상영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의회가 민생·안전 법안 우선 처리를 고수해 영화업계는 속으로만 앓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위원장 선임이 늦어지며 업무 추진 동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다. 영진위는 김의석 위원장 임기가 지난 3월 만료됐지만 4개월째 차기 수장 선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위원장 공모를 진행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이후 임원추천위원회가 두 명의 후보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추천했지만 두 후보자 모두 영화산업 이해도와 업무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영화계가 반발하고 있다.

영화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문화융성을 강조하지만 실제 느껴지는 혜택은 없다”며 “국회와 정부가 영화 관련 법안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계류 현황(출처:국회의안정보시스템)

영진법 처리 지연…업계 속앓이


유선일기자 ysi@etnews.com